[부동산REALESTATE] "상가 하나 하지" 계 붓는 친구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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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일러스트=강일구

회사원 권모(46)씨는 올 초 평소 친하게 지내는 동창생 3명과 함께 서울 강동구 천호동 일대 역세권 근린상가 1층 점포(42평)를 9억4920만원(평당 2260만원)에 분양받아 짭짤한 임대 수익을 올리고 있다. 개인별 투자 금액은 1억5000만~2억원. 모자라는 2억3730만원은 은행 대출로 충당했다. 현재 이 점포에는 유명 패스트푸드점이 들어서 영업 중이다. 권씨는 "임대 수익률이 대출 이자와 운영비를 제외하고도 연 7%를 넘는다"고 말했다.

요즘 들어 상가 공동 투자가 인기다. 친지나 직장 동료, 동창생 등이 돈을 모아 상가 점포나 상가 건물을 분양받거나 매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투자 위험을 분산할 수 있고 양도소득세 등 각종 세금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돈 되는' 상가의 경우 몸값이 너무 비싸 개인이 소액으로 투자하기에 벅찬 것도 공동 투자가 선호되는 이유다. 다만 공동 투자는 투자자 간 분쟁의 소지가 적지 않아 사전에 수익금 정산과 관리 방법 등을 공증해 둬야 안전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공동 투자 형태 다양=2~3년 전 부동산 시장 활황기 때는 아파트와 토지 등에 공동 투자 사례가 많았으나 요즘은 상가 등 수익성 부동산이 주류를 이룬다. 상가114 유영상 소장은 "아파트와 토지 시장에 대한 규제 강화로 투자자들이 상가 쪽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으나 목 좋은 점포나 상가 건물은 투자 금액이 커 혼자 접근하기 쉽지 않아 여럿이 돈을 모아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공동 투자 인원은 10명을 넘지 않는 게 좋다. 개인별 투자금은 5000만~10억원 등 다양하다. 상가정보연구소 박대원 수석연구원은 "요즘 서울.수도권 일대 근린상가나 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 공동 투자하는 경우가 전체 상가 거래의 10%쯤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홀로 투자가 주를 이루는 상가 경매시장에도 공동 투자가 늘고 있다. 법원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 들어 3월까지 단지 내 상가와 근린상가에 공동 입찰한 경우는 모두 74건으로, 지난해 10~12월 석 달치(42건)보다 훨씬 많았다. 4월 들어서도 공동 입찰 사례가 늘어 20일 현재 22건을 기록, 3월 입찰 건수(19건)를 거뜬히 넘어섰다. 지지옥션 강은 팀장은 "상가 경매 물건을 공동으로 낙찰해 리모델링한 뒤 재분양하거나 임대를 놓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리는 투자자도 있다"고 전했다.

근린생활시설 부지를 사들인 뒤 상가를 신축, 수익을 올리는 공동 시행형 투자 사례도 적지 않다. 자영업자 송모(48)씨는 2월 서울 성동구 성수2가에서 자신의 남동생 및 친구와 함께 지상 5층짜리 근린상가 건물을 지어 분양 중이다. 현재 1층은 물론 2~3층 점포 역시 모두 팔렸고, 나머지 층도 계약률이 80%를 웃돈다고 한다.

서울 강남권 등 일부 지역에선 '상가 빌딩계'도 등장했다. 여윳돈을 가진 부유층 주부들이 5억~10억원씩 모아 30억~50억원대의 중소형 상가 건물을 통째로 매입하는 방식이다. 강남구 역삼동 G공인 관계자는 "'큰손'들이 낡은 상가 빌딩을 사 재단장한 뒤 되팔거나 임대 수익을 올리기 위해 공동 투자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이런 점 조심해야=공동 투자는 자금이 넉넉하지 않은 소액 투자자에게 제격이다. 또 나홀로 투자보다 상대적으로 위험 부담이 적은 편이다. 공동 투자로 부동산 소유 명의를 분산하면 양도세 등 세금을 절약할 수도 있다. 박정현 세무사는 "공동 투자 땐 양도 차익이 개인별로 분산돼 그만큼 절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의해야 할 점도 많다. 가급적 친지나 친구 등 특별한 관계에 있는 사람과 공동 투자를 하되, 투자자가 너무 많지 않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시간과 공간 한광호 대표는 "투자 비용을 줄이려는 마음에 지나치게 많은 구성원을 확보하려는 경향이 있으나 투자자가 많으면 의사결정을 하기가 쉽지 않으므로 10명 이내로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등기는 대표자 개인 이름보다는 공동 명의로 하는 것이 좋다.

대표자 한 명의 이름으로 투자했다가 다른 투자자 몰래 부동산을 팔 수도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 간의 분쟁 소지를 없애기 위해서는 임대 수익금 정산 방법, 관리비 문제, 매도 시기 등 기본 사항을 반드시 공증해 두는 게 안전하다. 친인척이나 지인끼리 공동 투자하더라도 등기부상의 지분 내용이나 권리.의무를 확실히 해둬야 분쟁의 소지를 미리 막을 수 있는 것이다.

인감도장은 본인이 직접 관리해야 한다. 믿는다는 이유 등으로 공동 투자자에게 맡겨서는 곤란하다. 또 장기간 투자할 경우 재산세나 대출이자 등 소요 비용을 예비비로 남겨두는 게 바람직하다.

조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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