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계 중고/음악실기 변칙수업/정규교과를 교수집서 과외식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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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사례금 5만∼20만원 오가/학교마다 2백여명씩 강사위주
예술계 중·고교의 음악실기 정규수업이 파행 운영돼 예능계 부정을 조장하고 있다.
서울예고·선화예고·예원예술학교(중학과정) 등 대부분의 예술계학교가 1주일에 한시간씩 실시하는 정규교과인 음악전공실기를 대학교수·강사 등에게 위탁,과외형식으로 운영하면서 학교에서 지급하는 정규 강사료 외에 별도로 5만∼20만원의 사례금을 학부모들이 부담하는등 음악계의 뿌리깊은 돈봉투거래가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일부 위탁강사들은 최소 월 1백만원의 개인레슨을 받도록 요구,학부모 입장에서는 2중·3중의 부담을 져야하지만 교육청등 감독기관은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변칙수업=현행 교육과정 운용상 정규교과목은 학교밖에서 특정강사에게 수업을 받지 못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선화예고의 경우 2백여명의 강사를 위촉,전공별로 학생들이 교수집이나 스튜디오로 찾아가 수업을 받도록 하고 있으며 서울예고·선화예술학교·예원예술학교 등도 2백여명씩 강사를 두고 과외형태의 수업을 받도록 하는 실정이다.
◇학부모 부담=현재 수업료는 수익자부담으로 학생 1인당 한시간에 2만원꼴로 거둬 강사들에게 1만5천∼1만8천원씩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강사가 학생에 대한 절대평가권을 가진데다 입시에 대비,강사들이 학연·연줄로 음악대학과 연결돼 있어 수업료 외에 한시간에 5만∼20만원씩 사례하는 것이 불문율로 돼있다는 것이다.
학부모 박모씨(41·주부·서울 가락동)는 『기업체과장인 남편의 수입으로 도저히 딸의 수업사례비·레슨비를 충당할수 없어 지난해 8월부터 가족들 몰래 파출부일을 나가고 있다』면서 『그렇게 해도 빚을 지고있어 앞으로 대입때까지 2년간 학비 마련할 길이 큰 걱정』이라고 호소했다.
또 학부모 정모씨(43·주부·서울 방배동)는 『국내에서의 학비나,유학가는데 드는 비용이나 큰 차이도 없고 오히려 국내대학에 진학하려면 신경써야 할 일만 많아 아예 내년 새학기에 미국으로 유학을 보내려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청=임동권서울시교육청 중등장학과장은 『예술계학교 정규수업이 학교밖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사례는 이제까지 보고받은바 없으나 사실이라면 명백한 위법』이라며 『더구나 돈봉투가 오간다면 교육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인만큼 철저히 조사,조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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