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모터쇼 아시아 첫 공개 쿠페407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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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푸조는 독일 다임러와 벤츠에 이어 두 번째로 긴 역사를 자랑하는 뼈대 있는 메이커다. 창업 초창기부터 사치스러운 대형차보다 실용성이 뛰어난 중, 소형차 개발에 역량을 집중했다. 그 결과 세단, 왜건 외에 하드톱 컨버터블 CC, 크로스오버 카 SW 등 새로운 차종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쿠페 역시 그렇다. 다른 메이커는 역동적인 이미지와 성능을 강조하기 위해 스포츠카를 내놓는다. 하지만 푸조는 정통 스포츠카 대신 쿠페를 ‘스포츠 푸조’로 내세웠다. 푸조 입장에서 수요층이 제한적인 스페셜한 스포츠카보다 실용성을 갖춘 쿠페가 더 친근하고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지난 서울모터쇼에서 아시아 최초로 공개된 쿠페 407은 404, 504, 406으로 이어지는 푸조의 쿠페 계보를 잇는다.

 407 세단을 베이스로 개발했지만 차체 구조를 대폭 보강해 푸조 모델 가운데 가장 탄탄한 보디를 지녔다. 여기에 7개의 에어백을 더해 뛰어난 안전도를 자랑한다. 충돌 평가 시험인 유로 NCAP에서 별 5개 만점을 받았을 정도다.

 새 차는 차체 길이를 늘이고 높이를 낮춰 유려한 루프 라인을 갖췄다. 따라서 고양이를 형상화한 푸조 고유의 펠린룩(Feline Look)이 한층 살아난다. 제동등에서 범퍼까지 새로 디자인한 뒷모습도 세단과 차별화된 이미지다.

 실내는 운전석 시트가 세단에 비해 20mm 낮아지고 9mm 뒤로 물러나 스포티한 드라이빙 필링을 느낄 수 있다. 또 앞유리 면적이 넓어진 점을 고려해 비열전도 글라스와 듀얼 에어컨을 준비했다. 뜨거운 태양열로 인한 실내의 온도상승을 막기 위해서다. 트렁크 용량은 세단보다 68ℓ 줄어든 400ℓ. 쿠페 407은 4인 핵가족을 위한 패밀리카로 활용성 면에서 부족함이 없다. 한 가지 약점을 꼽는다면 감성품질이 조금 떨어진다는 점이다.

 국내에 들어오는 쿠페 407은 디젤 엔진이 얹힌다. V6 2.7ℓ HDi 엔진은 최고출력 205마력, 최대토크 44.9kg·m를 뿜어낸다. 디젤이라 높은 엔진 회전수에서 경쾌하게 치고 달리는 맛은 없다. 대신 미끄럼 손실이 적은 6단 자동변속기가 엄청난 토크를 ‘쭉’ 밀어붙이는 재미가 있다. 쿠페 407 HDi의 성능은 제원상 0→시속 100km 가속 8.5초, 최고속도 시속 230km다. 국내 공인연비는 11.0km/ℓ.

 구조상 앞차축에 무게가 많이 걸리는 핸디캡이 있지만 서스펜션의 중심을 낮추고 강도를 보강해 회전 반응이 기대 이상이다. 쫀득하고 끈적끈적한 세팅이 한계 이상으로 몰아붙여도 네 바퀴가 노면을 잘 붙잡는다. 또 너무 딱딱하지 않아 기분 좋은 승차감을 제공한다. 전체적으로 운전 기량에 관계없이 안전하고 빠른 드라이빙을 즐기기에 적합하다. 푸조의 쿠페 407 HDi는 이처럼 정통 스포츠카와 다른 매력이 있다. 특히 소수의 매니어만 열광하는 차가 아니라 대중에게 어필하는 ‘스포츠 자동차’라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 디젤 엔진까지 더해지며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라이벌을 찾을 수 없는 희소성까지 갖췄다. 차값은 6400만 원이다.

월간 스트라다=박영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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