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제재 장기화에 아랍권 “못마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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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서 신세계질서 핑계로 우리들만 잡는다”
리비아에 대한 유엔의 제재가 장기화 되면서 아랍권으로부터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어 미국이 유엔을 중심으로 구축하려는 새 국제질서가 위협을 받고있다.
아랍권 국가들은 우선 미국이 새로운 국제질서를 주창하며 유엔안보리를 동원해 제재를 결의한 나라가 이라크·리비아 등 유독 아랍국가라는 점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들은 유엔이 유독 아랍국가들에만 제재를 결의한 것은 서방세계가 아랍권을 무시한데서 빚어진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들은 이스라엘이 비슷한 일을 저질렀을때 미국이나 영국이 과연 상응하는 조치를 취했을 것이냐는 의문속에 유엔이 두개의 잣대를 가지고 정책을 집행한다는 불만이 팽배해지고 있다.
대부분의 아랍인들은 리비아를 심정적으로 지지하고 있으며 이는 아랍국가 지도자들의 행동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은 리비아 국경에서 카다피를 만나 유엔제재를 푸는 문제를 협의했으며 시리아의 경우 지난 20일 유엔의 항공통제 결의를 무시하고 국영항공사의 여객기를 보내려는 시도까지 했다.
시리아와 이집트는 리비아에 대한 제재에 반대를 했을뿐 아니라 이라크가 유엔결의를 준수하지 않는다고해 다시 군사적 수단을 동원하자는 제안에도 반대하고 있다.
특히 시리아와 이집트의 경우 수십만명의 근로자가 리비아에 취업하고 있는 형편이어서 리비아에 대한 제재가 이들 나라의 국내 경제에 큰 타격을 주게되어 있어 제재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미국·영국은 유엔결의를 통해 현재는 리비아에 대해 항공기 운항통제,무기수출 금지,외교관 축소 등 제재를 가하고 있으나 이러한 제재가 먹히지 않을 경우 원유수출 금지나 무력사용등 제재조치를 확대한다는 방안을 배제치 않고있다.
그러나 미국이 유엔에서 이같은 확대된 제재조치를 성공시키기가 매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랍권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같은 시도를 할 경우 아랍권 전체를 잃을 위험이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이는 아랍 민족주의를 자극해 이슬람 극렬파에 기회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부시정부는 이스라엘과 아랍간의 평화협상을 중재하며 미국의 어느 정부보다 아랍에 대해 중립적인 태도를 견지해오고 있다는 비교적 호의적인 평가를 아랍국가들로부터 받아왔으나 리비아 제재를 계기로 이러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는데 고민이 있는 것이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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