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의F1관전기] 엔진 성능은 똑같다 … 공기역학 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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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초반부터 포뮬러1(F1)에 대한 열기가 뜨겁다. 올해 강자로 떠오른 맥라렌팀과 페라리팀의 대결이 레이스를 거듭할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벤츠의 지원을 받는 맥라렌은 지난해 F1 챔피언 페르난도 알론소(26·스페인)를 영입하고 무서운 신인 루이스 해밀턴(22·영국)을 보강해 9년 만에 챔피언을 노린다. 레이스의 황제 미하엘 슈마허가 은퇴해 올 시즌 성적이 궁금했던 페라리도 레이스의 천재 키미 라이코넨(27·핀란드)을 영입해 3년 만에 우승을 되찾기 위해 절치부심이다.
 여기에 BMW도 예상을 뒤엎고 3위까지 올라왔다. 반면 혼다는 잇따른 엔진 불량으로 하위권으로 처져 올 시즌 최대 이변으로 꼽힌다.

 호주 개막전을 승리로 이끈 페라리는 일주일 간격으로 벌어진 말레이시아와 바레인 투어에서 맥라렌과 한 번씩 우승을 나눠 가졌다. 두 경기 모두 승부는 출발에서 갈렸다. 말레이시아에서는 폴 포지션(예선 성적 1위로 맨 앞에서 출발)을 차지한 펠리페 마사(26·페라리)가 출발에서 주춤하는 사이 챔피언 알론소가 선두를 꿰어찼다. 경기 결과는 알론소의 우승. 당황한 마사는 실수를 연발하며 5위로 경기를 마쳤다. 다 잡은 우승을 놓친 셈이다. 하지만 바레인 경기는 양상이 달랐다. 다시 폴 포지션을 잡은 마사는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았다. 출발과 동시에 압박해 들어오는 해밀턴을 제압하고 선두를 지켰다. 한 시간 반 내내 해밀턴이 칼날같이 예리하게 마사를 공격했지만 우승을 막아내지는 못했다. 챔피언 알론소는 5위에 머물렀다.

 말레이시아 경기는 서바이벌 게임이었다. 아스팔트 열기로 56도까지 치솟는 찌는 듯한 더위로 온몸이 녹초가 되고 몸무게가 3∼4씩 빠진다. 집중력도 흐트러진다. 경기를 마친 선수들은 휴식도 없이 다음주 경기를 위해 곧바로 바레인으로 날아 갔다. 바레인 경기장은 사막의 모래바람 때문에 트랙 노면이 미끄러워 연습 주행에서는 차량을 통제하기가 힘들 정도였다. 바레인 경기장은 직선구간이 1㎞가 넘고 연료 소모가 많은 곳이다.

 

추월을 당하지 않기 위해 직선출력을 높이다 보니 엔진이 터지는 경우도 많았다. 올해부터는 엔진 회전 수를 1만9000rpm으로 엄격히 제한해 여간해서는 엔진이 과열되지 않는다.
 엔진 성능이 제한되었기 때문에 팀마다 엔진 출력의 차이도 크지 않다. 그래서 머신(F1경주용차) 성능의 차이는 기계구조와 공기역학을 누가 잘 이해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선두 팀의 경우 고성능의 풍동 시설을 두 개 씩 보유하며 24시간 가동하고 있다. 여기에 투입되는 공기역학 전문가도 수십 명에 이른다. 말레이시아와 바레인처럼 노면이 미끄러운 트랙일수록 다운포스(공기 흐름을 이용해 머신을 아래로 누르는 힘)를 유발시키는 기술이 좋아야 한다. F1팀들 중에서 페라리와 맥라렌의 공기역학 기술은 최고로 꼽힌다.

 두 팀의 칼끝 대결로 주최 측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게 되었다. 예년보다 훨씬 많은 관람객이 경기장을 찾기 때문이다. 호주에서는 31만5000명이 찾았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예상보다 3만5000명이 더 왔다. 그중 절반이 외국인이었다. 바레인 경기장은 개장 이래 처음 모든 관람석이 매진되는 기록을 세웠다. 아시아 투어를 마친 F1은 다음달 16일 스페인을 필두로 유럽과 미주에서 경기를 한다.

이승우 <모터스포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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