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찬후보 「중대결심」/경선구도에 “난기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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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불공정 경쟁에 「들러리」 사절 이 후보측/“세불리 타개 노리는 흠집전술” 김 후보측/「모양」고려 일부 주장 수용될 듯
세몰이와 밑바닥 표훑기로 전법을 달리해 경쟁해오던 민자당 대통령후보 경선이 이종찬후보측의 「불공정 게임」 시정 요구와 중대결심불사 표명으로 묘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이 후보측은 경선포기·탈당가능성까지 시사하고 있으나 김영삼후보쪽은 행동에 옮기기 어려운 협박으로 자부하면서도 경선구도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일부 양보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종찬후보가 「중대결심」이란 배수진을 치며 「공정한 경쟁」을 요구한 것은 위원장·대의원들에 대한 외압을 누그러뜨리고 합동연설회를 통한 정견발표를 관철하려는데 목적이 있다.
이 후보측은 현재의 판세를 불공정게임에 연유한다고 단정하고 불공정 상황이 계속돼 들러리로 전락한다면 후보사퇴같은 충격요법을 택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 후보 스스로 28일 저녁 관훈토론회에서 『현재로는 경선포기나 탈당은 고려하지않고 있고 합동연설회·전당대회 정견발표·외압중지 등이 1차적 요망』이라고 목표를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불공정 상황이 시정되지 않으면 선배·동지들과 의논해 향후 진행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해 「중대결단」의 약효를 높이려 애썼다.
이 후보는 이날 낮 전북위원장들에게 『대의원에게 말할 기회가 없으면 국민에게 직접 호소할 수 밖에 없지않느냐』고 말했고,핵심 참모들간 상황의 절박감에 돌파구를 찾자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종찬진영은 대체로 현재의 현저한 열세가 노심의 향방때문이며 이것에 변화가 없는한 경선은 위장경선이고 그들은 핫바지저고리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저쪽(김 후보측)이 해도 너무 한다』는 성토와 함께 결단의 필요성을 소리높여 주장한다.
그러나 중대결심의 실체는 과연 무엇이며 경선포기나 탈당을 한다면 그후의 대책이 있느냐에 대해서는 말꼬리를 뺀다.
한 핵심인사는 『경선포기나 탈당같은 말이 내부적으로 공식등장한 적은 아직 없다』며 『현재는 1차적으로 공정촉구쪽에 무게중심이 가있고 다분히 선전전차원』이라고 실토했다.
또 다른 핵심관계자는 후보사퇴를 한다면 당장 사퇴후 당에 남을 것인가,당론을 무시한 독자출마를 할 것인가를 따져야하고 더욱이 탈당을 한다면 그 이후의 대책은 속수무책이라고 말했다.
박범진후보비서실장은 들러리로 남지않는다는 것은 분명하고 그 이후는 그때가서 생각할 결단의 문제라고만 강조하고 있다.
때문에 「공정성확보」를 위한 중대결심설의 개진이 김 후보진영과 청와대 등에 대한 협박과 압력의 수단으로 기능할 뿐 실현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보는 견해가 더 유력하다.
그러나 그러한 정치행태가 새 정치를 표방한 이 후보의 이미지를 먹칠할 수도 있어 내심 고심하고 있다. 그러한 위협적 태도는 이 후보가 청산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구정치」의 전형이기 때문이다.
○…김영삼후보 진영은 이 의원측의 「중대결심론」을 기본적으로 「YS흠집내기」 작전으로 인식하면서도 결심이 실제 행동으로 연결될지에 대해서도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김 후보측은 이 후보쪽이 주장하는 ▲합동연설회 개최요구 ▲「노심」의 일방적 전파 시정 ▲대의원 회유 및 외압중지 등이 정치공세이거나 사실무근,혹은 침소봉대에 불과하다고 반박하면서 공식적인 대응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으로 일관하고 있다.
합동연설회는 상호비방이나 인신공격으로 이어져 과열분위기를 조성할 우려가 있다는 명분으로 합의를 거부하겠다는 입장이고 불공정한 경쟁이라고 주장하는 부분은 YS순리론이 세를 얻어가는 과정일 뿐 「노심」의 부당한 전파때문은 아니라고 반론을 펴고 있다.
그러나 후보간 정견발표·정책대결을 통한 상호비교가 필요하다는 이 후보측의 명분있는 주장을 마냥 거부할 수만도 없는 고민도 있다.
김 후보측은 또 이 후보가 절대적인 세불리를 감당할 수 없어 경선포기,또는 탈당까지 이어진다면 『집권당 최초의 자유경선』이라는 대의명분에 큰 타격을 입게될 것을 염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김 후보측은 당초 30일부터 예정됐던 개인연설회를 연기하고,개인연설회를 할 경우 한 장소에서 오전과 오후로 나눠 실시해 합동연설회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을 채택,이 후보측의 수용을 촉구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이 후보의 탈당등이 명분이 없으며 당을 떠나서는 다른 정치세력과 연대하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외톨이 신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판단하기도 한다.
이 후보측 14대당선자는 20명 안팎이고 탈당등 극한상황에 동참할 수 있는 인사는 10명도 되지않아 이 후보가 결코 탈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김 후보측은 분석하고 있다. 세불리를 타개해보려는 이 후보측의 고단수 협박 내지는 정치공세라는 얘기다. 이런 맥락에서 김 후보의 핵심참모인 김덕룡의원은 『세가 안되면 경선을 포기하면 그만』이라 했고 김종호의원은 『미국에서도 세불리한 후보가 경선을 포기하는 사례가 있다』고 말해 경선포기 상황도 개의치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김 후보측은 이 후보측의 경선포기는 모양새를 나쁘게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권익현추대위공동위원장등이 막후절충을 통해 이 후보측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이는 등으로 이 후보측은 다독거려 끝까지 경선을 끌고 가기로 의견을 집약하고 있다.
선거관리준비위원장인 이춘구사무총장이 28일 양측 선거본부장격인 김윤환·심명보의원과 각각 절충을 시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 의원이 세가지 요구사항의 완전한 제도적 보장을 주장하는 바람에 타결에는 실패했으나 계속 절충점을 모색해 나가기로 해서 다소의 곡절은 있겠지만 경선은 이루어질 것으로 관측된다.<김진·전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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