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거래법 위반 물증잡기/증감원 현대조사 안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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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실정법상 최고책임자 규명초점/정부와의 갈등상황따라 유동적
『일단 「걸어 놓고」상황전개를 보자』는 분위기던 증권감독원의 현대에 대한 조사가 막상 실제조사에 들어가면서 매우 「진지」해졌다.
현대문제가 증권감독원으로 넘어가게된 기본상황이 바뀐 것은 아니지만 조사결과와 그에 따른 조치는 선뜻 예측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27일부터 시작된 현대그룹에 대한 증권감독원의 특별조사는 우선 그성격으로 보아 이례적이다. 이번 조사는 「법·규정·명령에 위반한 경우가 있거나 공익 또는 투자자보호를 위해 필요할 경우 조사할 수 있다」는 증권거래법 1백28조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증감원의 조사는 주로 내부자거래등 불공정거래를 밝히기 위한 것이었으며,기업을 상대로 8개팀 33명에 이르는 많은 인원이 주식공모 및 매출행위에 대한 조사를 나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이번 일은 사실 증감원이 진작부터 알고 있었으며 따라서 이번 조사는 사실에 대한 확인작업 성격이 짙다. 증감원은 지난해 12월28일 현대측이 이번에 문제가 된 비상장 5개사의 주식을 종업원에게 매각하겠다고 유가증권신고서를 냈을때 현대측이 이미 일부 매각대금을 받은 것을 알고 있었다. 따라서 실무자는 현대측에 빨리 유가증권신고서를 내도록 독촉했으며,유가증권신고서의 효력이 발행하기 전(92년 1월18일)에 종업원들로부터 대금을 미리 받는 것은 절차를 어기는 행위라고 주의를 주었다는 것이다.
결국 현대측은 뒤늦게 유가증권신고서를 냈으며 이중 66억원이 신고서 효력발생 이전에 지급된 것으로 은행감독원의 조사에서 밝혀져 증권감독원에 통보된 것이다. 현대전자 종업원이 건네주었다는 주식매각대금은 규정을 「형식상」위반한 것이며,본질적으로 법정신을 위배한 것으로 보기는 무리라는 견해가 이래서 나오는 것이다. 따라서 증감원의 이번 조사는 우선 실정법상 어떤 위반이 있고 그 책임자는 누구인가를 조사해두자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현대전자 종업원들로부터 미리 받았다는 66억원만으로도 고발등 제재조치를 할 수 있겠지만 좀 더 확실하게 물증을 잡아 놓자는 이야기도 된다.
조사결과 증권거래법이 정한 절차를 어긴 것으로 밝혀질 경우 어떤 식으로 제재조치가 이뤄질지 관심거리다. 현재로선 정부당국과 현대그룹간의 갈등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달라지리란 전망이 지배적이다.<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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