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후보 “굳히기” 이 후보 “뒤집기”/흔들리는 대의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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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농촌지역·50대 이상 김후보 선호/이후보측 “막판 대의원 흡수”기대
민자당 지구당 위원장을 상대로한 김영삼·이종찬 후보 양진영의 힘겨루기가 김후보측의 압도적 우세로 판가름 나면서 투표권을 쥔 대의원들의 투표성향이 과연 어떻겠느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후보측은 27일 김종필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한 공화계가 지지표명을 하고 28일 압도적 다수로 범계파 김대표 대통령후보 추대위가 발족됨으로써 초반대세를 대의원들에게까지 확산하겠다는 전략이다.
반면 이후보측은 초반열세를 시인하면서도 『지구당 위원장의 의사와 대의원의 투표권 행사는 별개문제』라며 개인연설회와 대의원 개별접촉을 통한 뒤집기를 겨냥하고 있다.
현단계로서는 지구당 위원장 확보에서 김대표측이 8대 2로 우세하지만 대의원의 마음은 지구당 위원장과 꼭 일치하지는 않아 위원장 판세가 바로 대의원 판세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양측 모두 시인하고 있다.
따라서 김후보 진영의 조직을 통한 대의원 표굳히기에 이후보측의 야당식 바람작전이 얼마나 파고들지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4천5백27명의 지구당 소속 대의원들의 후보 지지성향은 지역과 연령,지구당 위원장의 대의원 장악력 등에 따라 상당한 편차를 보이고 있다.
지역적으로는 김후보가 텃밭인 부산·경남과 경북·강원에서 압도적 우세를 보이는 반면 이후보는 반김대표 정서가 강한 호남과 대전 등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김후보는 중소도시와 농촌지역에서 앞서고 있으나 이후보는 부산을 제외한 서울·대구·대전·인천·광주 등에 기대를 거는 「김촌 이도」현상의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연령상으로는 30,40대의 젊은층이 비교적 이후보에게 호의적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50대 이후의 지역유지인 대의원들은 김후보 지지추세가 뚜렷하다.
김후보측은 위원장의 대의원 장악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호남등 일부지역을 제외하고는 20% 안팎의 이탈표가 있을 것으로 보고 위원장과 선거대책본부 관계자들을 통해 이중 잠금장치를 하고있다.
김후보 진영의 대의원 판세분석에 따르면 서울의 경우 위원장은 8대 2로 앞서지만 이탈표가 상당수 있을 것으로 예상돼 대의원은 5대 5로 반분될 것을 각오하고 있다.
부산·경남은 9대 1,대구는 5대 5내지 4대 6,인천은 6대 4내지 4대 6,광주·전남북은 2대 8내지 1대 9,대전은 5대 5내지 3대 7,경기는 6대 4내지 5대 5,강원은 8대 2내지 7대 3,충북은 7대 3내지 6대 4,충남은 6대 4내지 5대 5,경북은 8대 2내지 7대 3,제주는 7대 3내지 6대 4로 보고있다.
이 분석에 따르면 호남(총5백47명) 및 대전(총1백4명)에서의 열세는 부산·경남(총7백39명)의 우세로 충분히 보전되며 경북·강원 등의 강세등을 감안한다면 최악의 경우라도 6대 4의 우세는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후보측은 서울의 경우 44개 지구당중 오유방·김중위·박범진·박명환·양경자·안성혁 위원장 정도가 지지를 표명하고 있지만 후보 추천 대의원은 총8백17명의 41%인 3백48명으로 김후보측 2백50명보다 앞서있다며 이런 경향이 투표에서도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부산·경남에서 밑바닥 훑기로 3대 7까지,대구에서는 김후보 지지측인 김용태·이치호·김한규·이정무 위원장이 장악력이 약하다며 6대 4내지 7대 3,인천·경기·충남에서 6대 4까지 끌어올릴 수 있어 막바지 추격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이후보측은 「대의원의 반란」을 기대하는 근거로 노태우 대통령의 집권말기 권력누수 현상과 민주화 추세에 따른 대의원들의 들러리 전당대회에 대한 반발심리,대구·경북지역의 「비YS」정서와 중부권 이북의 반YS 정서 등을 들고있다.
실제로 강원도의 철원­화천 등 일부지역에서는 후보 지지문제를 놓고 위원장과 대의원들 사이에 마찰을 겪고있고 목포 등에서 대의원 선정을 둘러싼 잡음이 계속 새나오고 있는 것은 두 후보진영의 대의원 확보전의 치열성을 입증하는 것이다.
이후보측은 최근 서울 5개 친김계 지구당 대의원을 상대로 표본조사한 결과 위원장과 대의원의 투표성향이 상당부분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며 친김계로 넘어간 민정계 위원장들에게 대의원에 대한 투표 강요행위를 자제해 달라고 선전하고 있다. 또 대의원 확보를 위해 평소 친분이 있는 지방의회 의원과 지구당 부위원장을 거점으로 이들을 통한 대의원 설득에 나서는 한편 사무처 부장급 이상과 전직의원 보좌관 등을 지역에 파견,1대 1 접촉을 이미 시작했다.
그러나 여당의 대의원은 기본적으로 지역유지인데다 보수성향이 강한 40대후반 이후의 세대층이 주축을 이루고 있어 야당 전당대회처럼 바람에 좌우되기 힘든 속성을 갖고있다. 이것이 이후보의 「대의원 부동표 흡수」전략에 제약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김후보 진영의 특별한 악수가 없을 경우 이후보 진영의 바닥 대의원 훑기가 어느정도 성과를 거둘지는 추측하기 힘들다.<김두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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