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일류 삼성' 겨냥한 포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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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삼성이 23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무선통신 분야 공식스폰서 자격(TOP)을 2016년까지 연장한 것은 '글로벌 삼성'에서 '초일류 삼성'을 겨냥한 의지가 담겨 있다. TOP는 그야말로 전 세계의 톱 기업만 분야별로 참여할 수 있는 좁은 문이다. TOP 자리를 놓고 다국적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삼성을 비롯해 코카콜라.비자.코닥 등 12개 업체에만 TOP 자격이 주어져 있다. 이 가운데 2016년까지 장기 계약을 한 것은 코카콜라(2020년까지임)와 삼성뿐이다.

삼성은 지난 10년간 TOP 활동을 발판으로 큰 성과를 일구었다. 삼성은 "그동안 브랜드 가치를 5배나 끌어올리며 '글로벌 삼성'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세계 최대 브랜드 컨설팅 회사인 인터브랜드에 따르면 삼성의 브랜드 가치는 1999년 31억 달러에서 2006년 162억 달러로 성장했다. 삼성 휴대전화의 세계 시장 점유율도 5%에서 11.6%로, 연간 휴대전화 판매량은 1665만 대에서 1억1400만 대로 늘어났다.

삼성의 구체적 계약금은 관행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다. 삼성 관계자는 "기존 TOP에게 우선권을 줘 계약 연장은 순조롭게 이뤄졌다"고만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대략 7000만~8000만 달러(약 680억~740억원) 안팎에서 계약이 체결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물론 그만한 돈을 지불할 가치는 충분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삼성이 국내에서나 알아주던 로컬 전자회사에서 최첨단 휴대전화 생산업체로 발돋움한 배경에는 올림픽 마케팅 역할이 컸기 때문이다.

삼성은 이번 계약으로 2010년 런던 여름올림픽을 후원하게 됐다. 아직 장소가 정해지지 않은 2014년 겨울올림픽 및 2016년 여름올림픽의 스폰서도 맡게 된다. 이 때문에 7월에 결정되는 2014년 겨울올림픽의 평창 유치에도 간접적 지원 효과를 거둘 전망이다. 삼성 관계자는 "앞으로 '올림픽=삼성'이란 이미지를 전 세계 소비자에게 각인시키게 될 것"이라며 "그동안 음성 위주의 휴대전화에서 벗어나 영상을 포함한 모든 형태의 정보를 전달하는 정보통신 분야의 진정한 강자로 올라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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