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동안 우표 10만장 수집|체신의 날 국민훈장 받은 부산 이종구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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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단순한 취미 생활로서가 아니라 우리의 문화와 역사를 모은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우표 수집에 몰두해왔습니다.』
22일 체신의 날에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상한 이종구씨 (60·부산시 동대신동 2가313).
이씨는 지난 57년부터 수집한 각종 국내 우표를 체계 있게 정리해 세계 우표 전시회에 출품, 가장 큰상인 대금상을 3회나 수상하는 등 총25회의 각종 상을 수상해 국위를 크게 선양한 공로로 정부 포상을 받았다.
그가 갖고 있는 우표는 지금까지 국내에서 발행된 1천7백여종으로 총 10만여장에 이르나 정확한 숫자는 그 자신도 파악하기 힘들 정도.
가장 오래된 것으로는 고종 21년인 1884년 갑신정변이 일어나기 바로 전에 발행된 「문위 우표」로 당시 화폐 단위로 5문짜리와 10문짜리가 있다.
『갑신정변 전 국내에 우체국이 처음 개설됐는데 정변으로 폐쇄된 이 우표의 수명은 단 17일에 그쳐 발행됐는지조차 모르는 일반인이 많았습니다. 따라서 나 자신 이 우표에 가장 애착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 우표의 도안은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 이루어졌는데 임금을 상징하던 붉은 바탕 무늬와 백성을 상징하던 푸른 바탕 무늬 두가지.
이씨는 당시의 소인이 찍힌 우표 3장을 갖고 있는데 이는 한국 우정사에도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그는 지난 88년 체코에서 개최된 「프라하 88」 세계 우표 전시회에서 이같은 구한말부터의 우표를 체계 있게 정리한 작품을 선보여 올림픽의 금메달 격인 대금상을 처음 받았다. 또 89년 인도에서 열린 세계 우표 전시회에서도 대금상을 받았고 이듬해 중국에서 열린 세계 우표 전시회에서도 대금상을 받아 우리의 우취 문화를 세계에 과시했다. 이같은 공적으로 FIP (국제 우취 연맹)는 지난해 제60차 총회에서 94년도에는 우리 나라에서 「필라 코리아 94」 세계 우표 전시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아직도 국내에서 발행된 구한말 우표 중 진귀한 희귀종이 외국인에 의해 해외 경매 시장에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내 재벌들이 이것을 국가 유산이나 문화재로 인식해서 회수해보려는 노력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씨는 오는 10월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그동안 수집한 우표를 정리, 개인 전시회도 가질 예정이다. <이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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