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운전」 표지를 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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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줄을 잘못서면 큰일난다는 정치인들간의 농담이 시민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지만 자가 운전자들도 출·퇴근길에 줄을 잘못 서면 손해볼 때가 있다. 예를 들어 복잡한 출근길에서 운전 기술이 능숙하고 배짱이 좋은 운전자를 뒤따라가면 요령 좋게 추월도 하고 끼어 들기도 해 시원스러운 느낌까지 받지만 아직 운전이 서툴고 조심스럽기만 한 초보 운전자를 뒤따라가다 보면 옆 차선 차들은 씽씽 달리는데 자기차선만 뒤쳐지는 듯한 난감한 기분을 느낄 때가 있다.
앞차 때문에 늦어지는 시간이 길지 않은데도 핸들만 잡았다하면 마음이 급해지는 사람이 많아선지 눈을 부라리며 화난 시선을 보내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래서 「초보 운전」이라는 표지로 이실직고하는 것 같다.
비슷한 경우가 또 있다. 앞선 차가 너무 서툴게 운전하고 있어 추월하면서 눈을 부라리고 쳐다보면 나이 많은 분이어서 미안한 감을 가질 때가 있다. 나이 많은 분도 원하면 운전을 계속하는 것이 생활의 편의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을 위해서 좋다고 한다. 그러나 10, 20대 초반을 제외하고는 나이가 많을수록 교통 사고 빈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으므로 노인은 더 조심운전을 해야한다.
나이가 많아지면 시력이 떨어지고 시야가 좁아지며 백내장 등으로 인해 시야가 흐려질 수도 있다. 또 터널을 통과할 때와 같이 명암의 변동이 심할 때 노인은 운전에 더 큰 불편을 느끼게 된다.
시력 외에 또 중요한 것이 청력인데 나이가 많아지면 청력도 떨어져 경적·사이렌·기차소리 등을 못들을 수도 있다. 한가지 더 추가되는 것은 반사 속도가 느려진다는 것이다. 위험을 발견하더라도 정지하거나 방향을 바꾸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따라서 젊을 때 운전을 능숙하게 하던 사람도 나이가 많아지면 서행 운전을 하는 등 운전 습관을 바꿔야 한다. 운전하는 본인도 조심해야겠으나 노인의 조심 안전 운전을 주위에서 잘 수용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이 때문에 「노인 운전」이라는 표시가 필요할 것 같다. 「노인 운전」이라는 표지가 뒤창에 불어 있으면 괜히 경적을 울리거나 해서 조심 운전을 방해하지 않고 조용히 비껴지나가 노인이 편안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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