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유용」 소용돌이/현대건설 자금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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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20일 어음 95억 결제 못해/주거래은행서 대신 융통
현대전자의 대출금유용건에 대한 당국의 제재조치가 임박한 가운데 현대건설이 하루짜리 긴급대출인 타입대에 의존할 정도로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넘어갔다.
22일 금융계 및 현대그룹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 18일 교환에 돌아온 95억원의 어음을 20일 은행 영업시간인 오후 4시30분까지 결제하지 못했으나 이날밤 늦게 외환은행이 자금을 융통해줘(타입대) 결제를 막았다.
그러나 현대는 이 타입대를 다음날인 21일 전액 갚았고,이와 관련해 21일 증권가에는 현대그룹 부도설이 나돌기도 했으나 현대건설 주가는 1만1천6백원으로 전날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22일에는 하락세를 보였다.
한편 외환은행은 현대전자의 대출금유용건에 대한 실사를 마치고 조만간 조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외환은행 조사결과 정주영씨 등이 현대전자 직원들에게 판 주식매각 대금은 모두 1백32억6천만원으로 확인됐는데 외환은행측은 이 돈이 모두 현대전자 명의의 당좌계좌를 통해 정씨 및 국민당에 전달됐는지의 여부는 계속 확인중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조사결과에 대해 어떤 제재조치가 취해질지가 초미의 관심사인데 관계 당국자들은 주력업체 취소와 같은 강경조치는 곤란하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당국자는 『은행대출금이 정씨 등에게 건네진 것은 사실이나 그 돈이 대부분 주식매각대금으로 확인됨에 따라 규정대로 제재를 가하기는 어려운 상태』라고만 말했다.
현행 규정상 주력업체가 대출금을 유용한 경우 즉각 주력업체를 취소하고 유용대출금을 회수하도록 돼 있을뿐 다른 예외규정이 없어 당국은 고민하고 있는 상태인데 한 관계자는 대출금유용이 악의적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주력업체취소가 아닌 예컨대 6개월 또는 1년간 주력업체 자격정지 같은 절충안을 택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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