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지을 사람이 없다/소작할 사람 찾기 하늘의 별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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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경작포기”… 전국 휴경농지 급증
농촌에 일손이 없어 땅임자가 받는 소작료(임차료)가 큰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올해 벼농사 준비를 하고있는 요즈음 농촌에서는 소작계약이 거의 끝난 단계이나 몇년전만 해도 논주인과 소작농민이 소출을 반반씩 나눠가졌던 것과는 달리 소작요율이 3대 7에서 2대 8까지 떨어졌다.
게다가 일부 농촌에서는 농지를 차마 놀릴 수 없어 소작료 없이 그냥 농사를 지으라고 해도 희망자가 없어 잡초밭이 돼버리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농림수산부에 따르면 지난해 일손부족등으로 농사를 포기한 논은 전국에 1만6백정보로 90년에 비해 28% 정도가 늘어났으며 올해에는 1만5천정보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같은 현상은 농지값의 하락도 불러와 도시근교를 제외하고는 논값이 작년봄보다 10∼20%씩 떨어져 농민들의 사기를 더욱 움츠러들게 하고있다.
전북 장수군 계남면 화양리 명동 유명용씨(44)는 『4년전만 해도 논주인과 소작인이 5대 5로 생산량을 분배했으나 이제는 30%의 소작료로도 지으려는 사람이 없어 요율이 20%(2대 8)로 떨어진 실정』이라고 말했다.
유씨는 또 『그나마 경지정리가 안돼 기계농사가 어려운 논은 소작을 부치겠다는 희망자도 없어 작년에는 휴경농지가 없던 우리 마을에서 6만평 가운데 4천평은 올해 땅을 놀리게 됐다』며 한숨을 지었다.
충남 온양시 용화동 57 농민 강태언씨(62)는 『벼농사는 그만두고 원예에 전념하기 위해 5천평의 논을 남에게 맡기려고 했으나 희망자가 없어 그냥 소작하라고 소문을 냈으나 역시 임자가 나타나지 않아 놀리게 됐다』며 한심해 했다. 『우리마을 농가의 반은 나처럼 논을 묵히고 반은 주변의 욕을 먹지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자기힘으로 농사를 짓기로 한 상태』라고 말한 강씨는 『임야는 평당 몇십만원씩 가지만 논은 작년보다 20%정도 낮은 평당 2만∼3만원에 내놔도 팔리지 않으니 과연 농촌에 미래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김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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