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 대신 손으로 물감 찍어 창작|자연스런 미지의 형상 담아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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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중인 화가 황호섭씨(37)가 잠시귀국, 개인전을 21∼30일 갤러리 현대(734-6111)와 원화랑(734-3434)등 두 곳에서 동시에 갖는다.
황씨는 이번 개인전에서 그 동안의 작업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대작 30여 점을 선보인다. 그의 신작들은 숫자나 기호 같은 간결한 형상을 두세 가지의 강렬한 원색의 대비와 물감의 흘러내림으로 담아냄으로써 마치 선화와 같은 직관적 느낌을 준다.
『지난해 어느 날 그리다 말고 세워놓은 작품에서 덜 마른 물감이 흘러내린 것을 보고 전혀 새로운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동안 즉흥성과 자연성을 추구해온 저에게는 소중한 기법의 발견이었습니다.』
황씨는「붓이 없는 화가」다. 그는 물감을 손으로 찍어 그림을 그려왔다. 붓을 사용치 않음으로써 세밀한 묘사는 불가능하지만 캔버스에 직접 손을 문지름으로써 독특한 효과와 느낌을 창출해냈다.
그의 신작에 나타나는「9」「6」자를 연상케 하는 형상도 그가 작업 중 물감 통 위에 말라붙은 물감덩어리 형상에서 얻어낸 미지의 자연스런 형상이다. 그는 이 형상을 문인화적 여백 위에 얹어내고 있다.<이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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