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의 사진(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영국의 가디언지는 지난 12일자 주말판에 북한 김일성 주석의 1930년대 사진을 석장 나란히 게재해 눈길을 끌었다.
그가 항일유격대의 일원으로 활동하던 시절 동료 2명과 함께 숲속에서 군복차림으로 찍은 이 엇비슷한 스냅사진을 실으면서 가디언지는 마치 「틀린 그림찾기」퀴즈라도 하듯 이들 사진의 「차이점을 찾아보라」는 제목을 달았다.
이 석장의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퍽 재미있다. 58년 북한에서 발행된 한 책자에 실렸다는 첫번째 것은 김일성이 3명중 맨 왼쪽에 서서 비스듬히 나무에 기대있는 사진이다. 아마 이 사진이 석장중 원본일 것이라고 가디언지는 추측하고 있다. 그런데 70년에 발행된 다른 책자에 실린 두번째 사진은 인물과 배경은 같은데 김이 나무에 기대지 않고 「차렷」자세로 꼿꼿이 서 있는 모습으로 바뀌어 있다. 다른 동료들이 바지주머니에 두손을 찌른채 해이된 자세로 서 있는 것은 그대로 놓아두고 「혁명투사」김일성만 단정한 모습으로 바꾼 것이다.
세번째 사진은 최근에 발행된 『불멸의 혁명전통』이란 책자에 실린 것이다. 이 사진에서는 두번째 사진의 김이 두 동료 가운데 당당히 서 있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위대한 지도자」로서의 김일성을 보다 선명히 드러내기 위한 것이라고 가디언지는 부연했다.
이같은 사실의 변조·왜곡·날조 등이 북한에서는 다반사로 행해지고 있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따라서 김일성의 사진 몇장 변조된 것은 한낱 애교에 불과하다.
지난주 발행된 『뉴스위크』(한국어판)커버스토리에 등장한 「동토의 황태자」김정일 기사를 보면 기가 차다. 그는 42년 2월 백두산에서 한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온 세계를 지배할 비범한 장군이 탄생할 것」이라는 예언속에 태어났다는데,그때 신비롭게도 찬란한 향도성이 나타나 하늘에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김일성이 일본군의 추적을 피해 은신하고 있던 하바로프스크부근에서 태어난 김정일을 북한은 이처럼 「단군신화」로 날조하고 있는 것이다.<손기상 논설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