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 「파행관리」 여전/4월 자금난 매년 되풀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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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돈 줄어도 억제선만 고집
월말을 열흘남짓 앞두고 한은이 단순히 「겉모양」(전년동월비 총통화 증가율)을 만들기 위해 돈줄을 죄기 시작,해마다 4월이면 연례행사처럼 치르고 넘어가는 통화관리의 불규칙한 파행운동이 또다시 되풀이되고 있다.
다른달이라면 모르겠으나 지난 89년 이후 시중돈의 수위가 비정상적으로 낮아져있는 4월중에는 연간 총통화증가율목표(18.5% 내외)를 지킨다는 것이 의미가 없을 뿐 아니라 도리어 괜한 자금난만 불러올 뿐인데도,잘못된 「여론」앞에 「체면」을 지키느라 무리한 통화운용을 매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한은은 17일 시중은행자금부장회의를 소집,이달중 지급준비금을 제대로 못쌓는 은행에 대해서는 과태료(연24%의 벌칙금리)를 물리겠다고 하는등 강력한 통화환수에 나섰다. 한은관계자는 이같은 조치에 대해 『15일 현재 총통화증가율이 19.6%로 억제선을 크게 넘어섰기때문에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달들어 15일까지 실제로 시중의 돈(총통화 평균잔액)은 3천8백억원이 줄어들었고,만일 4월 전체로 돈을 한푼도 내지도 걷지도 않는다 하더라도 총통화증가율은 19.1%가 되게 되어있다는 것이 통화당국의 「속계산」이다.
다시 말해 「증가율」은 높게 나타나지만 실제 「돈의 양」은 줄게 되어있다는 것을 당국도 잘 알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하필이면 부가세 납부,정책자금의 방출 등으로 자금사정이 그렇지않아도 어렵게 마련인 매년 4월마다 이같은 비정상적인 돈줄 죄기가 반복되는 것은 당국부터가 실제 시중돈이 늘든 줄든 「통화증가율」만 지키면 된다는 식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의 월별 총통화잔액은 1월 69조7천억원,2월 70조5천억원,3월 70조4천억원,4월 70조2천억원으로 3월과 4월의 통화잔액이 2월보다 더 낮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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