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칠규 4연패냐 강호동 탈환이냐 백두봉 오르기 최대 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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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창(모)과 방패(순)의 대결」.
민속씨름판의 양대 거목인 강호동(강호동·일양약품)과 김칠규(김칠규·현대)의 한판승부를 이같이 부른다.
이들은 이미 힘의 씨름보다 한수 위인 것으로 판가름난 기술씨름의 대가들이기는 하지만 기술을 구사하는 방식에 있어 선제공격 일변도형인 강과 수비 후 되치기기술을 이용한 역습형인 김의 대결은 매번 창과 방패의 대결을 연상케 하기 때문이다.
본래 김칠규는 현대씨름단에 입단하면서부터 기술씨름의 달인으로 일컬어지던 이만기(이만기), 그리고 고경찰(고경철)등의 백두급 연습파트너로 잔뼈가 굵었다. 따라서 결코 이길 수 없는 상대들과 연습을 거듭하면서 저절로 몸에 익은 수비기술, 즉 상대가 들면 처지고 밀면 뒤로 빠지는 팬들이 보기에는 재미없는 씨름의 대가( ? )가 되고만 것이다.
그러나 이만기· 고경철이 씨름판을 떠난 후 김칠규는 팀의 선배가 되었고 이제는 오히려 남동하(남동하· 1백25kg) 추정훈(추정훈·1백24kg)등 모래판 최 중량급 후배들이 김의 연습상대가 됐다.
그 때문에 공격기술의 수준이라는 측면에서 이만기보다 훨씬 떨어지는 이들의 기술을 받아주면서 김은 자연스럽게 되치기기술을 이용한 역습형 씨름스타일을 익히게돼 「수비씨름의 달인」으로 거듭나게 된 것. 지난852월 민속씨름에 들어선 지 5년11개월만에 김은 제60회 체급별 대회(91년10월) 에서 팀 후배인 남동하를 결승에서 꺾고 처음으로 백두장사타이틀을 차지했다. 김은 17일부터 부산 구덕체육관에서 열리는 제63회 체급별 장사씨름대회에서 백두4연패를 차지하겠다는 대권 도전의사를 명백히 하고 나선 것이다.
만일 김의 뜻이 이루어진다면 이준희(이준희·1∼4회) 강호동(54∼57회)이 공동으로 보유한 한 체급 최다연패기록(4연패)과 타이를 이루게된다.
현재 민속씨름선수 중 김의 태권도 건에 걸림돌로 예상되는 상대로는 강호동 외에 황대웅 (황대웅· 삼익 가구) 박광덕(박광덕·럭키증권) 등을 꼽을 수 있는데 황대웅에게는 10승4패로 우세를, 박광덕에게는 1승2패의 열세를 기록하고 있다.
한편 지난달 제24회 천하장사결승에서 「람바다」박광덕에게 힘겹게 막판 역전승을 거둔 강호동은 경기가 끝난 후 『신인들이 워낙 체격이 커져 힘이 달린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나로서는 상대가 들리거나 말거나 선제 공격으로 상대를 들어올릴 수밖에 없다』고 실토, 공격일변도 스타일을 고수할 뜻을 밝혔다.
문제는 강이 기존 수준에서 한 단계 뛰어올라 연계공격기술을 구사할 수 있는 경지에까지 도달해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 무엇에도 뚫리지 않는 단단한 방패를 향해 무엇이든지 뚫을 수 있는 창으로 시도한 첫 번째 공격이 실패할 경우 제2 제3의 공격이 없다면 패배는 자명한 것이기 때문이다. <김인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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