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언씨 불출마”청와대 압력설/노대통령,김복동씨도 경선포기 종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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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YS 대권지원 위한 “가지치기”해석도
민자당 차기대통령 후보를 꿈꿔온 박철언 의원이 돌연 경선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자신이 「외압」을 받고있다고 시사했다. 박의원은 15일 기자회견에서 『5월 전당대회에서 치러지는 경선에는 여건과 상황을 감안해 나서지 않기로 했다』는 결심을 밝히면서 「여건과 상황」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짐작에 맡기겠으며 여러갈래의 작용이 있었다』고 밝혔다.
박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그동안 대통령 친인척이 개입함으로써 혼미를 더하게 했던 「경선구도」가 서서히 가닥을 잡아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출마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 친김·반김의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는 당내 구도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이기 때문이다. 박의원은 13대국회 임기동안 노대통령의 음양에 걸친 비호아래 월계수회라는 전국적인 조직망을 관리하면서 급부상했다. 그는 이를 배경으로 대통령 후보까지 「꿈꾸어」온게 사실이다. 때문에 박의원의 돌연한 태도변화는 자의라고 보기는 어렵다. 박의원이 꺾인 것은 김영삼 대표의 경선출마 선언이 있은 직후 노태우 대통령이 김복동·금진호·박철언씨 등 친인척과의 만찬회동과 전화통화 등을 통해 주의를 주면서부터 비롯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노대통령은 경선출마를 내심 준비하고 있는 처남 김복동씨와 박의원에게 『이번에는 절대 출마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여러차례 전화를 걸어 경고했다.
노대통령이 이처럼 친인척에 대한 고삐를 바짝 죈데는 김대표를 비롯한 당내외 인사들로부터의 『대통령 친인척 3명이 제각각 다른 행동을 보임으로써 대통령의 의중을 파악할 수 없도록 할뿐 아니라 당내 상황을 복잡하게 만든다』는 강력한 「항의성」진언을 수용한 것이라고 청와대 참모들은 얘기하고 있다.
사실 노대통령 자신도 친인척 3명이 자신의 임기중 국회의원과 같은 적당한 수준의 공직을 맡는 것 이상의 정치적 역할을 하는 것은 원치 않았으며 복잡한 당내 상황에서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이들의 경선 출마는 더더욱 바라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청와대 참모진이나 노대통령의 측근인사들은 박의원을 비롯한 친인척의 불출마는 경선구도를 단순화 시키겠다는 노대통령의 「가지치기」로 해석하고 있다.
아직 공식언급을 않고 있는 김복동씨도 머지 않은 시기에 차기 대통령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참여에 뜻이 없음을 밝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노대통령이 박의원에게 반김 진영의 단일화 작업에 참여하는 것도 자제하라는 주문까지 했는지에 대해선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친김 진영에서는 노­YS 사이에 이 문제가 이미 논의된바 있기 때문에 박의원이 불출마 선언에 이어 반김진영의 선두대열에서도 서서히 발을 뺄 것으로 보고있다.<문일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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