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암살 자작극으로 꾸며라”/이승만 대통령 「한독당 내분탓」지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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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검찰총장이 직접개입/항의하자 “영감님뜻 양해하라”/당시 서울지검장 최대교씨 증언
백범암살의 배후에 장택상 수도경찰청장등 경찰고위간부와 김창룡 특무대장 등 군관계자의 「교사」가 있었음이 암살범 안두희씨의 증언으로 확인되고 있는 가운데 당시 대통령이던 이승만박사가 검찰총장에게 백범암살사건을 한독당내부의 자작극으로 꾸미도록 직접 지시했다는 증언이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관계기사 22,23면>
이같은 사실은 당시 서울지검 검사장이던 최대교옹(91·변호사·서울 아현동 629)이 14일 본사기자와 단독으로 만나 백범암살 전후의 상황을 증언함으로써 밝혀졌다.
최옹은 『백범암살사건이 발생한 직후 검사장이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지극히 이례적으로 한독당 조직부장 김학규등 민간인 7명이 살인교사죄로 구속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고 처음으로 밝혔다.
최옹은 또 『김씨등에 대한 구속영장이 일반검사들이 모르는 사이 당시 검찰총장이던 최익진씨가 직접 신청해 한격만 서울지방법원장이 발부했었다』며 『그때까지는 김학규 조직부장이 범인 안을 한독당에 입당시켜 당원증을 내줬다는 사실만 알려져 있었을 뿐 다른 조사는 이뤄지지않아 살인교사죄를 도저히 적용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뒤늦게 영장발부사실을 안 최옹은 김검찰총장을 찾아가 이에 대해 항의했으며 총장으로부터 『영감님(이대통령을 지칭)이 지시해 이뤄진 일이니 양해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는 것이다.
최옹은 『검찰총장의 말과 당시 검찰 내부의 분위기를 통해 이박사가 백범암살에 관계돼 있다는 확실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최옹은 검찰이 백범암살의 진상을 왜곡하고 있다는 자책감 때문에 49년 11월 사표를 내고 검찰을 떠나 변호사개업을 했다.
당시 검찰총장이 직접 영장을 신청했던 한독당원 김학규씨는 15년형을 선고받았으며 함께 구속됐던 나머지 6명은 모두 무죄로 석방됐었다.
이같은 최옹의 증언에 대해 서울대 신용하교수는 『당시 이정권이 백범암살을 한독당내부의 암투로 몰아가려했던 사실은 알려져있었지만 이박사가 직접 사법부에 명령을 했다는 사실은 전혀 새로운 내용』이라며 『이박사등 당시 집권세력이 백범암살에 직접 개입했다는 결정적인 증언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쪽 법조인 평판
▷최대교 변호사◁
1901년생으로 29년 일본법정대를 졸업,32년 고등문관시험 사법과에 합격해 법조인으로 출발했으며 46년 전주검사장을 거쳐 48년 서울지검장,52년 감찰위원회 감찰위원을 지냈다.
서울검사장 재임때 임영신 당시 상공장관을 기소하기도 했던 그는 소신을 지키기 어려운 분위기에 검찰을 떠났으나 60년 4·19직후 서울고검장으로 다시 임명돼 4년간 근무했다. 대쪽같은 성격으로 지금도 법조계의 존경을 받고 있는 원로 법조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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