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교실 정소는 비교육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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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요즘 보도에 따르면 상당수 초등학교들이 1학년 신입생 교실청소를 학부모들에게 떠 맡겨 빈축을 사고 있다.
학부모의 교실청소는 어린이들에게 비교육적일 뿐 아니라 담임선생들이 은밀히 돈 봉투를 받는「창구」처럼 굳어져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학교에서 교실청소에 협조해달라는 통지문까지 보낸다 하니 이는 학교에서 부조리를 유도하는 비교육적 처사라 아니할 수 없다.
세계 1백5개국의 초등학교 청소방법을 조사한 것을 보면 다음 세 가지 유형으로 대별해 볼 수 있다. 전문적인 청소원을 고용해 맡기는 청소원형, 우리 나라처럼 아이들에게 시키는 학생형, 청소원에게 맡기지만 학생도 돕는 절충형 등 세 가지다.
청소원형은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국가들과 미국·멕시코·브라질 등 미주국가들, 그리고 이란·이집트 등 중동지역 국가들로 61개국에서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학생형은 한국·일본·중국·인도 등 36개국이고 일본은 이미 1897년 문부성 훈령으로 학교청소는 학생이 하도록 정해놓았다. 그리고 절충형은 독립국가연합·동구 여러 나라들로 8개국이다.
이상 세 가지 유형과는 달리 어머니들이 시간 맞추어 가서 청소해주는 제4의「어머니형」이 우리 나라에 등장하고 있다. 학교에서 학생 스스로 청소하는 것은 학교생활의 관행이며 생활의 덕목이다.
이제 학교·학부모는 청소를 인간교육의 최우선으로 여긴 주자의 교훈을 거울 삼아 학교 청소는 학생들에게 맡겨야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산 교육이기 때문이다. 홍재룡<전직 교장·대구시 동구 신암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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