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과 실천의 연결고리 찾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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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승품진작, 새로운 승가상의 정립을 내건 젊은 수행 승들의 모임인 선지도량이 13일 남원 실상사에서 1백여 명의 회원들이 모인 가운데 2박3일에 걸친 제3회 수련결사에 들어갔다.
지난해 봄과 가을 「계율」과「행자교육」에 관한 주제로 두 차례 정기결사모임을 가진바 있는 선우 도량의 이번 결사주제는 「깨달음」. 첫날인 13일 오후「깨달음의 문제」란 휴암 스님의 기조강연을 시발로 지운 스님의「깨달음의 교의적 해명」, 효림 스님의 「깨달음과 사회적 실천」, 법성 스님의 「깨달음과 제종의 종지」등 3편의 발제와 토론이 이어졌다.
이번 결사에서 발표되는 기조 강연 및 발제 논문의 내용은 하나같이 불교의 핵심적 지향인 「깨달음」이 현실과 사회적 실천에 어떻게 연결되고 그 과정에서 어떤 의미로 작용하는가를 밝히는 것들이어서 크게 주목을 모으고 있다.
첫날 「깨달음의 문제」란 제목으로 기조 강연한 휴암 스님은 불교의 깨달음과 참여의 문제에 언급하면서 『현재 만연해 있는 방편(편의)주의와 부정직성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한국불교가 현실을 제도하는데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 참석자들의 공감을 샀다. 그는 노루가 도망간 곳을 묻는 포수에게 거짓대답을 한 한 암주의 예를 들어 『암주는 포수의 살의를 구제하거나 진실을 위해 자기가 죽는 택일의 역사를 남겼어야 함에도 오직 부 살생의 명제에만 매달려 원칙을 깨고 방편을 줌으로써 후세에 도리어 탁류의 근원을 남겼다』고 주장했다.
그는『불교계는 대계를 위해 소계를, 부 살생계를 위해 부망 어계를 깰 수 있다는 방편주의와 자기합리화를 버리고 근본을 원칙으로 뚫는 정직함을 갖출 때 진정한 깨달음의 세계와 함께 참여의 당위성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교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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