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적으로 김에 이용당했다”/배후밝힌 안두희씨 일문일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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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공연히 우쭐대다 정치 말려들어/배후 밝히면 신변위협 올까 생각
백범 암살범 안두희씨는 중풍으로 누워있는 인천시 신흥동 자택에서 일문일답을 갖고 범행동기와 배후 등에 대해 털어놓았다.
­백범을 암살한 이유는 무엇인가.
▲백범이 빨갱이들로 둘러싸인채 망국의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왜 하필이면 49년 6월26일을 범행일로 택했는가.
▲평소 준비가 다 돼있는 차에 우연히 그날 기회가 주어져 범행했을 뿐이다.
­백범을 원래부터 증오했는가.
▲아니다. 평소 백범을 국부로까지 추앙했으나 김창룡 특무대장을 만나고 나서 정반대로 생각을 바꾸게 됐다.
­백범 암살 당시의 심정은.
▲나와 백범의 목숨을 맞바꾸려 마음먹었다.
­권총은 어디서 구했는가.
▲평소 차고다니던 권총이었다.
­백범 암살을 위해 사격연습등을 했는가.
▲별도로 연습할 필요는 없었다. 나는 포사격은 1위였고 권총사격은 상위권에 속했기 때문이다.
­「시역의 수기」라는 백범 암살기는 왜 썼는가. 그것도 배후의 지시에 따른 것인가.
▲김특무대장에게 내가 쓰겠다고 자청했다. 그가 형무소장에게 말해 집필여건을 마련해준 것 같다.
­백범 암살의 대가로 김특무 대장에게서 어떤 보상을 약속받았는가.
▲특수요원들은 무슨 말이든지 딱부러지게 하지않는다. 그러나 내신변을 보호해줄 것이란 느낌을 받았다.
­백범 암살에 대한 평가는.
▲젊은놈이 총한자루로 우쭐대다 쓸데없이 정치에 말려들었다.
­김창룡에게 이용당했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눈을 지그시 감으며) 결과적으로는….
­김의 배후사실을 다른사람에게 혹 털어놓은 적이 있는가.
▲없다.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없는가.
▲15년전 이민간 아내는 짐작하고 있을 것이다.
­배후를 밝히면 신변위협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가.
▲그렇다. 북한에 두고온 첫 부인이 낳은 딸을 보고 죽는 것이 소원이어서 그때까지 무사히 지내고 싶었다.
­왜 그 사실을 여태까지 숨겨왔는가.
▲의리때문이다. 김특무대장의 가족이 국내에 살고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현재 심정은.
▲달관. 진인사대천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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