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직자들 특혜폐지운동/문창극 워싱턴특파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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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국에서는 요즘 고위공직자들이 누리는 혜택이 문제가 되어 특권폐지 바람이 번져가고 있다.
이 특권을 놓고 의회와 행정부간에 어디가 더 혜택을 많이 누려왔는가가 시비가 되어 서로 경쟁적으로 지금까지 누려왔던 각종 특혜들을 폐지하고 있다.
미하원의원들이 구내은행에서 잔고도 없이 불량수표를 발행한 사건을 계기로 의원들이 누려왔던 각종 특혜들이 공개되면서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자 하원은 서둘러 이러한 특혜를 폐지하는 조치를 발표하고 있다.
의원들은 지금까지 거의 무료로 이용하던 구내체육관 이용에 연 5백달러의 회비를 내야하고,무료로 이용하던 구내진료소도 일반공무원이 내는 의료보험비 액수를 내야만 이용할 수 있게 됐을 뿐 아니라 구내이발관 요금도 종전의 두배를 물어야하게 됐다.
민주당이 다수당을 이루고 있어 의회에서 사사건건 제동이 걸리고 있는 조지 부시 미대통령은 이를 계기로 의회의 부패를 공격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법을 만드는 의회스스로가 자정을 게을리한다면 의회밖에서 이를 수술할 수 밖에 없다며 의원들의 중임을 아예 일정기간으로 한정하는 문제가 검토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의회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이같은 공격에 대해 토머스 폴리 하원의장은 그같은 특혜는 행정부 고위직 인사들이 훨씬 더 많이 누린다며 장·차관들이 운전사가 딸린 승용차를 사용하는 것 등을 열거하며 『특혜로 따진다면 부시 대통령은 왕이요,댄 퀘일 부통령은 왕자』라고 맞받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때문에 제임스 베이커 국무장관은 지금까지 공사의 여행에 군용기를 이용하던 관례를 깨고 개인여행일 경우 민간항공기를 이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특혜시비의 초점은 국민 세금에 맞춰져 있다.
즉 의원이나 장·차관이나 간에 그러한 특혜를 누린다는 것은 곧 그만큼 정부나 국회의 지출이 늘어나는 것이며 이는 결국 국민의 세금부담이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즉 정해진 보수이외의 여러 특혜들은 결국 국민 호주머니돈이 나가야하는 것인데 이를 용납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우리 정부고관이나 국회의원들도 자신으로서는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여러 혜택들이 국민의 세금으로 뒷받침되고 있다는 사실을 진지하게 각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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