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범죄-블랙리스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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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컴퓨터에 개인정보를 종합해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필요한 기관에서 이 정보를 이용하는 행위는 정보화사회에서 특히 주의해야할 문제다. 지난 91년9월에는 해고노동자·시국사건관련자·운동권학생 등 8천여 명의 명단을 디스켓에 입력한 블랙리스트가 부산 K사에서 발견돼 충격을 주었다. 여기에는 일반 인적 사항 뿐 아니라 그 사람의 성향을 추측할 수 있는 개인경력 등도 수록돼 있어 이 자료가 어디에서 유출됐는지 궁금하다. 이런 자료들이 개인용 컴퓨터 수준을 넘어 전산망을 통해 서로 교환되고 데이터베이스에 축적된다면 더욱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될 것이다. 이런 행위가 어디까지 합법적인 지의 여부를 제공하는 관련 법규가 한시바삐 정비돼 억울한 피해자의 발생을 최소화해야 한다. 참고로 필자의 연구실에서 88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이 문제에 관해 다음과 같은 응답이 나왔다.

<설문>『김 모씨가 운영하는「첨단정보회사」는 과거 5년 동안 노동쟁의에 참석한 적이 있는 사람들의 명단을 담은 데이터베이스를 갖고있다. 매일 직원들을 노동쟁의 현장에 파견해 정보를 수집하고 데이터베이스에 입력한다. 그후 기업체에서 채용대상자에 대한 문의가 오면1명에 5만원씩 받고 이 사람이 과거 노동쟁의에 참여한 적이 있는지 여부를 알려준다.』
이런 김씨의 행위에 대해 응답자의▲51%가 위법행위▲34%가 비도덕적 행위▲14%가 정당한 행위라고 응답했으며 조회를 의뢰한 회사에 대해서는▲36%가 위법행위▲46%가 비도덕적 행위▲18%가 정당한 행위라고 대답했다.
이런 종류의 블랙리스트 작성 가능성은 여러 분야에서 존재한다. 예를 들어 과거 소송을 제기한 적이 있는 사람들의 명단을 작성해「문제를 야기 시킬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로 기피대상」의 명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 가옥의 주인들은 이런 사람들에게 전세주기를 회피하기 쉽고 위험한 수술을 하는 의사들은 집도를 거부하고 싶어질 것이다. 소송을 했다는 것이 곧 비도덕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기피대상으로 분류돼 은밀히 사용될 수 있다. 김세헌<과기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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