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테니스 왕년의 흑인스타 아서 애시 "나도 에이즈환자" 고백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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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흑인선수로선 최초로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획득, 세계를 놀라게 했던 왕년의 미국테니스스타 아서 애시(48)가 9일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감염사실을 발표, 충격을 안겼다.
미국의 유명 스타플레이어 출신의 에이즈감염은 지난해 11월 농구의 매직 존슨에 이어 애시가 두 번째.
지난 68년 미국오픈대회에서 우승, 흑인남자로선 처음으로 그랜드슬램대회 제패의 쾌거를 이룩했던 애시는 이날 부인 잔 마리, 뉴욕시장 데이비드 딘긴스, 의사가 동석한 자리에서 자신이 지난 79년 심장수술시 방은 수혈로 인해 에이즈에 감염됐다고 밝혔다.
애시는 88년 오른팔을 갑작스레 쓸 수 없게돼 법원을 찾은 결과 에이즈에 감염된 사실을 알게됐으나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질 경우 가족 특히 딸인 카메라가 받을 충격을 우려, 이제껏 감염사실을 숨져왔다고 말했다.
애시는 그러나 최근 익명의 독자가 이 사실을 일간지인「유에스에이투데이」지에 제보, 자신이 먼저 에이즈감염 사실을 밝히게 됐다고 경위를 말한 뒤 아직까지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미국에는 현재 수혈시의 에이즈검사제도가 도입되기 전인 85년 이전에 수혈 받은 사람 중 약 4천7백70명이 에이즈에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전체 에이즈인구의약 2%에 해당하는 수치다.
1m85cm·74kg인 애시는 미국오픈 우승에 이어 75년엔 호주오픈과 윔블던마저 제패하는 등 80년 은퇴 때까지 33개의 단식타이틀을 따내 흑인들의 우상이 돼왔다.
애시는 63년엔 흑인선수론 처음으로 미국데이비스컵 대표로 발탁돼 10년 동안 22승4패의 탁월한 성적을 낸 뒤 81년 제34대 데이비스컵 팀 감독으로 뽑히는 등 미국 테니스 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지도자중 한사람이다.
68년과 75년 두 차례에 걸쳐 세계 1위에 랭크됐던 애시는 은퇴 후 TV해설과 흑인인권운동에 앞장서왔다.【뉴욕=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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