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오륜 쇼트트랙남녀 금 예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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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척박하다는 표현 외엔 달리 표현할 말이 없는 한국의 겨울스포츠 여건을 딛고 알베르빌 겨울올림픽에서 금메달신화를 창조했던 한국의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이 덴버대회에서 세계정상의 기량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김기훈을 비롯한 이준호·모지수 등 대표팀 전원이 정상급실력을 갖춘 한국남자 팀의 선전은 이미 예상되고 있었으나 김기훈의 개인전 전관 왕 획득은 기대이상의 쾌거.
그러나 무엇보다는 여자부 종합챔피언에 오른 김소희의 활약이 고무적이다.
김소희는 정화여중 1년 때인 89년 대표팀에 발탁된 이듬해 삿보로 겨울아시안게임 1천5백m에서 우승,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겨주었던 장본인.
1m67cm에 50kg의 체격으로 중·장거리에 특히 강한 김소희는 알베르빌 겨울올림픽에서는 5백m에서 예선 탈락했으나 지난달 세계 팀 선수권대회(일본 노베야마)에서 1천m및 3천m계주를 석권하면서 일약 세계 정상급선수로 발돋움했다.
김소희는 피치(발을 바꾸는 동작) 와 코너웍 기술을 보완하면 94년 릴리하머 겨울올림픽에서도 금메달획득의 확실한 유망주로 꼽히고있어 올림픽동반 우승도 기대된다.
한국쇼트트랙의 세계정상정복의 이면에는 빈약한 국내훈련여건이 오히려 큰 도움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
국내 유일의 대표팀훈련장인 태릉실내링크의 규격이 56×26m로 코너반경은 8·0m밖에 안 된다.
한국선수들은 국제규격(60×30m 코너8·5m)보다 훨씬 작은 링크에서 훈련을 쌓은 탓에 실제 국제대회에 출전하면「펄펄 난다」는 표현대로 신들린 듯한 기량을 펼치고 있다는 사실은 아이로니컬 하다.<김인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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