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살인은 심각한 인격장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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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씨의 경우도 범행을 위해 36일 전 총기를 구입하고, 많은 학생을 살해하기 위해 도망갈 출구를 봉쇄할 쇠사슬을 준비하는 등 사전에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러한 다중살인이나 연쇄살인은 '반사회적 인격장애'의 범주에 포함된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 정신과 정유숙 교수는 "아무리 분하고 복수심에 불타 있더라도 살인을 계획하고 실천하는 사람은 인격에 심각한 장애가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반사회적 인격장애는 정신질환의 한 종류다. 하지만 비논리적이고, 지리멸렬한 망상.환각에 시달리는 정신분열병이나 우울증.불안증 등 정서.감정 문제로 괴로워하는 신경증(노이로제)과는 전혀 다르다.

우선 이들은 생각과 논리.감정 등 정신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제정신으로 범행을 저지르니 당연히 형법상 면죄 사유가 안 된다.

범행에 불을 댕긴 것은 오랜 세월을 두고 키워온 증오심이다. 주위의 증언대로라면 자폐적 성향과 우울증이 분노의 불길에 기름을 부었을 가능성이 크다. 일반적인 우울증은 자신을 고립시키는 경향이 있지만 일부 만성 우울증의 경우엔 남을 향해 분노를 표출하기도 한다는 것이 전문가의 견해다.

서울대병원 정신과 권준수 교수는 "이런 사람들은 세상이 차갑고, 자기 잇속만 챙긴다는 믿음으로 증오심에 불타 있다"며 "따라서 우발적.충동적으로 범행을 저지르기보다 주도면밀하고 계획적인 범죄를 저지른다"고 설명했다.

남에 대한 배려나 의리.양심 등이 없다 보니 주변 사람과 지속적이고 친밀한 관계를 갖기 힘들다. 당연히 외톨이로 지내기 쉽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 다중 살인(Mass murder)=한 시점에 3명 이상의 사람을 살해하는 것으로 강박증 같은 정신질환적 성격이 강하다. 특정 집단, 조직, 학교 등에서 장기간 소외감을 느끼는 경우 발생한다. 'GP 총격사건'이나 '우 순경 사건'등이 그런 예다. 일정한 주기를 갖고 반복적으로 살인을 하는 연쇄살인과는 다르다.

◆ 반사회적 인격장애=문제나 갈등이 있을 때 반사회적으로 해결하는 인격 구조를 가리킨다. 남의 고통을 배려하지 않고 죄의식 없이 반인륜적 행동을 한다. 불안한 정서와 함께 심한 충동성을 나타내며, 감정 조절 능력이 부족하다. 타고난 성품(유전적)이나 사회문화적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인격 형성 과정인 유아기나 소아기의 심리적 상처가 주원인으로 지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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