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사람들이 기억하는 조승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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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버지니아공대에서 17일 열린 총기 난사 희생자 추도식에 참석한 학생들이 눈물을 닦고 있다. [블랙스버그 AP=연합뉴스]

'괴상한 외톨이 학생'. 미국 버지니아공대에서 최악의 총기 난사 사건을 벌인 이 학교 학생 조승희(23.영문학과)씨를 주변 사람들은 이렇게 기억한다. 평소엔 말 한마디 없이 조용했지만 언뜻언뜻 반사회성과 폭력성을 드러내는 그에게 두려움과 걱정을 동시에 느꼈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 잇따른 스토킹 전력=조씨는 최근까지 최소 3명의 같은 대학 후배를 스토킹했으며, 지난해엔 같은 과 후배 여학생을 스토킹한 혐의로 학교 당국의 처벌까지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도 2005년 말 여학생에 대한 스토킹 혐의로 조씨를 조사한 적이 있으며, 조씨의 자살 가능성을 우려해 그를 정신과 시설로 보냈었다고 18일 밝혔다.

버지니아공대 영문과 2년생인 엘리자베스(19.가명)는 17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봄학기에 영문과 수업을 같이 듣던 조씨가 나에게 '만나 달라'며 계속 전화를 걸었고, 내가 거절하자 기숙사 방에까지 침입해 결국 교내 경찰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엘리자베스는 "그 뒤 조씨는 체포됐으며, 학교 당국의 지시로 '접근 금지 서약서'에 서명한 뒤에야 나에 대한 접근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또 "조씨는 정말 괴상한(weird) 외톨이였고, 한마디로 스토커였다"며 "영문과 학생 중 그를 알고 어울린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말했다. 조씨의 기숙사 룸메이트였던 조 허스트도 CNN과의 인터뷰에서 "조가 기숙사 여학생 최소 3명을 스토킹해 여학생들이 괴로움을 호소했다"고 증언했다.

◆ 이름 써내라고 하자 물음표만 적어=2003년 조씨가 신입생 시절 수업을 같이 들었다는 줄리 풀은 "첫 수업 때 교수가 학생들에게 이름을 써내라고 하자 조씨가 '? '라고만 적어 모두 깜짝 놀랐다"고 증언했다. 그래서 이후 한동안 '물음표 키드(아이)'로 불리기도 했다는 것이다.

영문과 학생들은 또 조씨가 수업 중에도 아무 말이 없었고, 수업이 끝나면 곧바로 자리를 떴다고 전했다. 교실 안에서도 선글라스를 끼고 모자를 눌러 썼으며, 질문을 하면 20초가량 지난 뒤에 조그만 목소리로 우물거리듯이 겨우 답변했다는 것이다. 휴대전화로 여자 교수를 수업 중에 촬영하는 등 이상 행동을 보였다는 증언도 나왔다.

◆ 룸메이트 증언 "철저한 외톨이"=허스트는 "일 년 넘게 같이 생활했지만 말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며 "조씨가 기숙사 방에 있을 땐 컴퓨터에서 음악파일을 내려받거나 멍하게 있을 뿐 전혀 대화를 나누려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본지가 17일 인터뷰한 한국 학생 10여 명도 "그는 한국 학생들의 모임에 나오지 않았으며, 그가 누구인지 아무도 몰랐다"고 입을 모았다.

블랙스버그=강찬호.이상일 특파원,

서울=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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