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협조 거부로 피해 커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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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경찰은 제이유그룹의 임원들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1500억원대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 수사에 나섰으나 금융감독원의 협조 거부로 피해 규모가 커졌다고 주장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18일 "지난달 21일 주가조작 세력들이 서울 역삼동의 한 빌라에 모여 L사 주식에 대한 작전을 진행 중이라는 신빙성 있는 첩보를 입수했다"며 "정확한 위치 파악을 위해 금감원에 관련 자료 제공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통상 주가조작 사건 정보는 검찰에 고발해 왔기 때문"이라는 게 금감원의 거절 사유였다. 경찰은 이후에도 두 차례나 자료 제공을 요구했으나 번번이 거절당했고 결국 수사를 중단했다. 이 관계자는 "금감원이 이미 관련 계좌를 석 달간 주시해 왔지만 한 주가 지난 3월 29일 검찰에 자료를 넘겼고, 이달 13일에야 해당 주식의 거래가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처음 자료를 요청한 3월 21일 L사 주가는 2만2000원 수준이었지만 거래가 중단된 4월 13일 주가는 5만1000원이었다. 검찰은 17일 이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1500억원의 피해가 났다고 밝혔다. 경찰 측은 "우리의 요청이 받아들여져 당일 현장을 덮쳐 주가조작 사실을 확인했다면 피해 금액이 최소 800억원가량 줄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협조 요구가 온다고 해서 자료를 다 넘겨주면 오히려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며 "주식 계좌는 실명제 원칙상 함부로 내줄 수도 없다"고 반박했다.

천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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