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3세 아이는 이렇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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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문-만3세 된 딸이 말도 일찍부터 유창하게 잘 하고 주위에서 똑똑하다고 칭찬이 자자합니다. 아이를 훌륭하게 키우기 위해선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요. 며칠 전 외판원이 영재교육시리즈를 권유하더군요.<한경애·서울 개포동>
답-어린이의 발달과정에서 만3세가 갖는 의미는 큽니다. 구사하는 언어도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대인관계에서도 이전과는 질적으로 다른 변화를 보입니다.
우선 이때부터 사회화규범에 아이를 서서히 적응시키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아이는 만2세 경이면 서투르지만 밥도 스스로 먹으려하고 옷도 입으려 하는 등 뭐든지 하겠다고 난리를 부립니다. 그러나 이때가 되면 흥미도 시들해지고 또 부모의 관심을 끌기 위해 오히려 부모에게 의존적이 됩니다.
어린이가 자주적으로 생활규범을 익힐 수 있도록 부모의 지도가 필요합니다. 이때 어른이나 친구와의「관계」속에서 사회화를 자극 받게 하는 게 좋습니다.
또 만3세는 자기이름·자기물건·자기모습 등 자아개념을 확대·발전시켜줘야 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이건 네 물건이니까 네가 정리해보렴』하는 식으로 자기가 관리하고 책임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보세요. 이때 절대 주입식이어서는 안되며 자율적으로 서서히 하도록 참고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합니다.
엄마들이 가장 관심이 큰 지능발달은 갖가지 학습경험을 통해 지도하는 게 중요합니다. 일일공부에 나오는 줄긋기나 색칠하기는 강요하면 기술은 늘지 모르지만 그 의미를 파악하는 것은 아닙니다. 구체적인 놀이 감을 갖고 친구들과 함께 놀게 하는 게 필요하지요. 적목 쌓기·퍼즐 맞추기 등이 권할만한 놀이 감이며 물이나 흙, 살아있는 동·식물 등은 더없이 훌륭한 학습도구입니다. 가게의 과일을 보며『이건 사과야 이건 빨간 색이네』하며 만져보고 또 집에 와서 먹어보며 레몬의 신맛을, 사과의 달큼한 맛을 느끼게 하세요. 이때는 머리 속으로 사물을 익히는 게 아니라 보고 듣고 냄새맡고 만져보고 하는 감각으로 사물을 파악해야 그 의미를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는 시기니까요.
이밖에도 부모가 들려주는 얘기나 간단한 그림이 있는 책도 도움이 됩니다. 한국엔「영재교육신드롬」에 걸린 엄마들이 많습니다. 영재교육자료 자체가 영재를 만드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꼭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중앙대 이연섭 교수가 번역한「잘못된 교육-위기에 처한 유아들」성원사간)이란 책을 권해드립니다. 꼭 읽어보실 것을 권하며 유아교육학의 태두 코메니우스가 4백 년 전 남긴 말을 들려드립니다.『말(마)의 이빨 수는 말(언)로만 가르치지 말고 직접 가서 보게 하라』.<도움말=이은화 교수·이화여대 유아교육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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