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투표 부정」 의혹해소엔 미흡/국방부 발표의 배경과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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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당초 일부혐의 시인서 급선회/군사기 내세워 육군측서 지휘관 인책론 제동/“투표권 유보” 제안은 군중립을 위한 고육지책
3일 최세창 국방부장관의 「군부재자투표부정」 수사발표는 그동안 이 문제를 두고 노출됐던 국방부­육군­정치권의 이견을 종합,정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것은 대리·공개투표 등 「조직적 부정」 혐의를 전면부정하면서 일부 지휘관들의 부대원들에 대한 정신교육과정에서의 「실수」를 인정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문책할 대상이 없으며 더이상 이 문제를 두고 논란을 벌이는 것은 국익이나 군의 사기에 도움이 안된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군이 더이상 정치적 시비에 휘말리지 않게 군부재자투표제도의 전면개혁을 정치권에 촉구해 눈길을 끌고있다.
그러나 이같은 국방부 발표는 이지문 중위의 폭로증언이후 증폭된 의혹에 비추어 국민의 불신을 씻기에는 미흡한 감이 짙고 일부에서는 『혹을 떼려다 혹을 붙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사고 있다.
특히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에서는 이 문제를 연말 대선정국으로까지 연결시킬 움직임이고,학생운동권에서도 이중위 문제를 지속적인 이슈로 부각시킬 공산이 큰점을 감안할때 이같은 의문은 더욱 강하게 제기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장관의 발표문은 그동안 군이 얼마나 군부재자투표 부정시비로 홍역을 치렀는지 설명하고 군이 더이상 정치의 볼모가 될수는 없다는 군의 정치적 독립을 선언했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장관이 밝힌 「군복무중 투표권 행사유보」 같은 극단의 제안은 기본권침해라는 논란의 소지가 있으나 군부재자투표문제로 인한 군전체의 심적 고충을 잘 대변해 주고있다.
이같은 제의가 실현성을 갖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적어도 군이 여야간 치열한 정쟁의 대상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결연한 의지만은 분명히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가 사건발생 12일만에 장관명의의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기까지에는 국방부와 육본 및 관계기관에 보이지 않는 이견대립을 보여온게 사실이다.
이중위의 증언이 있은 직후 「사실무근」이라는 일방적인 부정으로 사태를 조기진화하려 했던 국방부는 9사단외 공군 방공포사령부와 통신사령부 등에서도 투표부정 제보가 잇따르자 비로소 일부 내용을 시인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일부 예하부대 지휘관들의 선거전 정신교육이 장병들에게 본의아닌 오해를 유발했음을 인정하고 ▲관련지휘관들을 사안에 따라 처벌하는 한편 ▲장관이 직접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다는 식의 수습안을 마련,1일 오후부터 2일 새벽까지 육군수뇌부를 비롯한 관계기관과 막판 의견절충을 벌였다.
그러나 육군과 관계기관에서는 9사단은 물론 전·후방 어느부대에서도 명백한 부정투표행위가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극소수 부대에서의 부분적인 부정투표행위를 그대로 인정할 경우 군이 마치 조직적인 부정투표를 자행한 것으로 크게 오해받을 소지가 있다는 점등을 들어 반대입장을 분명히 표명하고 나섰다.
또 일부 육군관계자들은 지휘관의 정신교육을 문제삼아 처벌할 경우 인책범위가 자칫 전군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국방부가 육군등 관계기관과 의견조정을 거듭하는 동안 가장 쟁점이 됐던 것은 역시 관련지휘관 문책범위문제였다. 최세창 장관이 1일 대전엑스포 참관차 계룡대를 방문,육군수뇌부와 이 문제를 논의하고 김진영 육참총장등 각군 최고지휘관들이 국방부와 의견절충을 벌인 것도 바로 관련자 문책범위였다.
결국 국방부의 강경인책론보다는 육군측 유화대처론이 군내 다수의견이라는 사실을 입증해준 셈이다.
이번 이지문 중위의 증언을 계기로 확산된 군부재자투표 파문과 관련,군내 일부에서는 기무사의 역할과 권한문제를 보다 전향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김준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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