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도이상 광고금지에 주류업계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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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시장 잃는다” 외국업체까지 저지 로비
한국은 세계가 노리는 술의 황금시장인가. 세계 주류업계는 한국시장이 줄어들까봐 안절부절이다.
국제적인 술장사들의 신경을 곤두세우게 한 것은 방송위원회(위원장 고병익)가 방송심의규정 개정안을 만들면서 알콜성분 17도 이상의 술에 대해 방송광고를 하지 못하게 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세계 술장사들의 모임인 국제주류협회(본부 프랑스 파리)는 외무부에 공문을 보내 『한국의 방송광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준 정부기관인 방송위원회가 최근 알콜17도 이상의 주류광고를 방송에서 금지하도록 제안했다』며 『이같은 내용은 한국의 수입주류에 불균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항의했다. 이들은 세계 각국 언론에 대해서도 방송위원회의 움직임을 항의하는 형식의 보도자료를 뿌리는 등 적극적인 로비를 벌이고 있다.
정부를 통해 이 공문을 접수한 방송위원회는 국제주류협회의 항의는 양식에 벗어난 것이며 부당한 압력이라는 강경한 반응.
외국의 경우 술광고 방송이 전무하다시피 하고 기껏해야 알콜성분 6∼7도선 까지만 허용하는터에 17도선은 무리한 규정이 아니고 이에 대해 항의하는 것은 「주권침해」로까지 간주될 수 있다며 자존심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방송위 고위책임자는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도 끝까지 방송광고 금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남의 나라 방송정책에 감놔라 배놔라』하는 식의 압력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단호함을 보였다. 현재 수입양주의 국내 점유율은 물량기준으로 2∼3%이고 원액을 수입하여 제조하는 소위 「양주」까지 포함하면 양주 소비시장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국제주류협회의 이같은 움직임은 광고방송 금지에 따른 양주판매 격감을 우려한 국내 업자들이 이 단체에 영향력 행사를 주문해 이뤄졌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어 답답하다는 한탄도 나오고 있다.<김기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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