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지지 압도 부재자 투표의 의미-조현영 <서울 용산구 동부 이촌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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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육군 중위의 양심 선언적 폭로 사건으로 세상에 알려진 군 부재자 투표 부정 시비는 국방부 자체 조사결과 사실 무근의 허위라는 발표가 있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군 부재자 투표에 부정이 있었다는 조짐, 간접적이지만 결정적인 조짐이 이번 개표 과정에서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지난번 광역의회 선거와 이번 총선간에 부재자 투표의 성향이 갑자기 크게 달라졌다는 점이다.
부재자 투표는 다른 일반 투표함과 섞어 개봉하지만 어느 투표구에서나 가장 먼저 개표한다.
지난 광역의원 선거 때는 개표 초반 무소속과 민주당이 여당을 제치고 전국 거의 모든 선거구에서 1위를 달렸다.
당시 선거의 전체적인 개표 결과가 여당의 압승으로 나타난 것을 김안하면 초반의 이 같은 이변은 20대 초반의 현역 사범이 대부분인 부재자 투표의 성향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는 반대로 개표 초반 부재자 투표의 성향이민자당의 대승을 나타내고 있다가 중반으로 들어서면서 무소속·야당의 강세로 뒤집혔다.
서울의 경우만 하더라도 부재자 투표의 여당지지율이 광역 선거에 비해 70%나 늘어났다고 한다.
사회와 격리되어 선거 유세 한번 들어보지 못한 20대 초반 젊은이들의 성향을, 한두 명도 아니고 몇십만 명이라는 집단의 성향을 불과 몇 개월 사이에 명백한 야당 및 무소속 지지에서 일방적인 여당 지지로 급선회시킬 수 있는 기적적인 방법을 정부·여당이나 군 수뇌부가 가지고 있지 않고서야 이 같은 일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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