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2기 더 짓겠다" 이란, 미국과 감정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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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계속 미국을 자극하고 있다. 이란 정부는 "산업용 규모의 핵연료를 생산하기 시작했다"고 밝힌 지 일주일도 안 된 15일 "원자력 발전소 2기를 추가로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1979년 이슬람 혁명 직후 압류한 테헤란 미 대사관 부지를 경매에 넘기겠다는 계획도 흘리고 있다. 이에 따라 양국 간 대화 가능성은 갈수록 희박해지고 있다.

◆ 추가 원전 건설 계획=아마드 파야즈바크슈 이란 원자력기구 핵에너지생산국장은 이날 "10년 안에 부셰르에 1000~1600MW급 경수로 원전 2기를 짓기 위한 국제 입찰 공고를 며칠 안에 내겠다"고 밝혔다. 이란 남서부에 있는 부셰르는 이 나라 최초의 가압경수로 방식의 원전(1000MW급)이 건설돼 완공을 앞두고 있다. 따라서 2기의 원자로를 추가로 건설하면 부셰르는 이란 최대의 핵 단지가 된다.

알자지라 방송은 16일 "원자로 2기 추가 건설계획 발표는 지난주 이란 대통령의 '산업용 규모' 우라늄 농축 시작을 선언한 것에 대한 후속 조치"라고 이번 발표를 분석했다. 이란이 앞으로 부셰르에 건설할 원전들에 공급할 핵연료를 자급하기 위해 우라늄 농축을 시작했다고 해석한 것이다. 이란은 25일부터 15일간 신청을 받고, 올 8월 입찰을 할 예정이다. 그러나 성사 여부는 미지수다. 지난해 12월 이후 유엔 안보리가 우라늄 농축 중단을 요구하는 결의를 두 차례 채택했기 때문에 외국 업체가 참여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 감정 싸움 시작=이란 정부는 또 테헤란의 미 대사관 부지를 5월 말까지 경매로 매각할 방침이다. 이란 내 미국 자산을 처분해 미 당국에 피해를 받은 자국민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테헤란 법원은 2003년 미 정보요원들에게 130일간 납치됐던 호세인 알리카니에게 5억5000만 달러의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판결했다. 이란 정부는 이를 위해 미 대사관 부지를 이미 법적으로 압류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외교 관계가 없더라도 이란 정부가 미 대사관 부지를 존중하고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대사관 부지 경매 추진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 여지를 남겨놓지 않겠다는 이란 내 반미 강경파의 '도발적 행위'라는 것이 미국의 해석이다.

테헤란 미 대사관 부지는 79년 말부터 81년 초까지 444일간 이란 대학생들이 52명의 미국인 직원을 인질로 억류했던 곳으로, 지금은 미국범죄박물관이 들어서 있다. 혁명수비대가 관리하는 이 부지는 최소 2억 달러 가치가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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