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신도시 삐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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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제2의 판교' 송파신도시 건설이 지방자치단체들의 반발로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이 지역 군부대가 이전키로 한 경기도 이천시는 민관이 합동으로 적극 저지에 나섰다. 서울시도 신도시 건설을 백지화하거나 시기를 늦춰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9월 착공, 2009년 첫 분양이란 정부 청사진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서울시도 제동=이인근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은 16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정부는 송파신도시 건설을 취소하거나 최소한 시기를 늦춰야 한다"며 "이미 이 같은 입장을 중앙정부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이 국장은 "송파신도시 공급 물량(4만9000가구)을 제외하더라도 서울 강남에만 10만 가구 이상의 물량이 나온다"며 "이를 취소해도 공급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2005년 8월 송파신도시 건설 계획이 처음 발표됐을 때부터 이를 시큰둥해했다. 신도시 개발로 인해 서울시에 할당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물량이 줄어들고, 인근의 하남.성남.용인이 도시지역으로 연결돼 도시 비대화에 따른 각종 문제가 발생한다는 게 이유였다.

군사시설 이전 지역으로 결정된 이천.하남시가 반발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군사시설 이전 지역에 대한 실시계획 승인권자는 국방부지만 지방자치단체장과 협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국방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다. 이천의 경우 하이닉스반도체 공장 증설은 무산되고 주민들이 원치 않는 군부대 시설만 떠안게 됐다는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있어 해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협의 통해 예정대로 시행"=신도시 건설의 주무 부처인 건설교통부의 장만석 신도시지원단장은 "송파신도시 건설은 국민과의 약속"이라며 "차질이 생길 경우 집값 불안 등이 우려돼 사업 중단이나 일정 연기를 고려할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송파신도시를 만들면 서울시가 진행하고 있는 뉴타운 사업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을 서울시가 우려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파의 경우 군부대 이전 비용을 제외한 개인 토지보상은 많지 않다. 따라서 가격 면에선 판교보다 송파가 낫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 뉴타운의 경우 도심 재개발과 유사해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될 가능성이 크다. 비슷한 시기에 나오는 아파트의 분양가가 차이가 난다면 서울시로선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뉴타운을 통한 강북 개발을 어느 정도 마무리한 뒤 2012년 이후에 송파를 개발해도 늦지 않다"고 강조했다.

건교부는 개발 계획 등에 대해 서울시와 협의를 거쳐야 하지만 서울시가 협의를 거부하면 그 상태로 중앙도시계획위원회에 계획을 상정할 수 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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