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경제 “흔들”/작년말 GNP성장률 6년만에 “후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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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경기침체 조짐보이자 엔화 약세 뚜렷
5년이 넘게 호황을 구가하던 일본경제가 최근 심각한 후퇴조짐을 드러내고 있다. 경기를 앞서 달린다는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있는가 하면 4·4분기(10∼12월)의 국민총생산(GNP) 실질성장률이 5년9개월만에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선 것이다.
일본의 주식시황은 지난 89년말 평균주가 3만8천9백15엔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래 2년이 지난 지금까지 계속 하락하고 있으며 지난 16일에는 드디어 2만엔대의 벽을 허물고 말았다.
작년말 GNP실질성장률의 마이너스 성장에 따라 당초 91년도 경제성장 목표로 잡았던 3.7% 성장은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92년도 전망 3.5% 성장목표도 수정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경제지표의 적신호는 외환시장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미국의 경기회복 기대감과 일본경기 침체조짐이 「엔저」,「달러고」로 이어져 현재 달러당 1백33∼1백34엔대까지 엔이 떨어진 형편이다.
최근의 엔화 약세현상을 두고 미국금융계에서는 벌써부터 『달러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의기양양한 목소리도 들린다.
일본 국내에서도 일본의 경제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전문가들이 많다.
『미국의 경기회복은 진짜인 것 같다. 당분간 달러당 1백30엔대가 계속될 것이다. 일본이 빨리 경기부양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1백40엔대까지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
일본후지(부사)은행의 요코보리(횡굴상소) 상무의 예측이다.
일본의 경기침체는 버블(거품)경제붕괴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주가와 부동산가의 급등으로 일본국민들은 소득증대감을 느껴 외제 고급승용차·보석·미술품 등 고가품 매입에 열을 올렸고 기업은 기업대로 생산활동보다 이른바 「재테크」에 열을 올렸던 것이다.
이러한 과열양상이 올 들어 한계점에 도달했다는게 일본경제가 침체기에 접어들었다고 보는 경제분석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실제로 피크에 달했던 때의 주가와 부동산가에 비해 현재의 수준은 각각 47%,30∼40%의 가격하락이 있는 셈이며 앞으로 이러한 하락현상이 조금 더 이어질 것이란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일본의 경기침체로 인한 엔화약세는 그렇찮아도 위태위태한 미일 무역마찰에 기름을 퍼부을 것 같다.
일본기업들은 내수시장의 부진을 수출로 만회하려 들 것이며 그렇게 되면 미국의 격심한 반발에 부닥칠 것이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기침체는 그동안 일본이 집중적으로 투자해온 인도네시아·태국·말레이시아 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일본기업의 투자가 미미했던 한국은 상대적으로 일본경제 침체의 영향을 덜 받을 것으로 보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대만의 경우는 엔화의 약세가 미 달러화의 강세로 이어져 미국시장에 대한 대만제품의 가격경쟁력을 강화시켜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대미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도 제품의 품질개선만 수반된다면 해볼만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일본경제를 비관적으로 보는 것을 자제하고 있다.
일본의 경제침체는 미국이나 유럽과는 달리 마이너스 성장이 아니라 성장폭의 둔화에 있으므로 침체기간은 단기간에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또한 경기침체의 지표인 실업률도 평소보다는 약간 떨어지긴 했지만 미국의 7.3%,영국의 9.2%를 훨씬 밑도는 2% 정도에 그치고 있는등 아직 경제구조는 건전하다고 말한다.
일본의 경기침체가 그동안의 호황에 대한 상대적인 것인지 아니면 구조적으로 흔들리고 있는 것인지는 좀더 두고 볼 일이다.<김국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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