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겨진 자존심 … 우승으로 펴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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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2006~2007 시즌 프로농구 챔피언에 도전하는 두 에이스가 '흙먼지를 말아 일으키며 달려오고 있다(권토중래.捲土重來)'. 19일부터 챔피언결정전(7전4선승제)을 치르는 울산 모비스와 부산 KTF의 핵심 선수인 크리스 윌리엄스(모비스)와 신기성(KTF)이 훼손된 명예를 찾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KTF는 14일 4강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LG를 95-86으로 꺾고 3승1패로 챔피언결정전에 올랐다.

▶윌리엄스=지난달 27일 정규리그 시상식이 끝나자 윌리엄스는 삭발에 가깝게 머리를 짧게 깎고, 수염을 깨끗이 밀었다. 두 시즌 연속 정규리그 우승을 이끄는 동안 한 번도 스타일을 바꾸지 않은 그였다.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라는 찬사를 들었던 그가 피트 마이클(대구 오리온스)에게 외국인 선수상을 내준 사실을 선선히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이도현 모비스 통역은 "수상에 관해 직접 말을 한 적은 없지만 자존심이 상한 것은 사실"이라며 "놀랄 정도의 집중력으로 훈련에 임하고, 훈련할 때 발언이 잦아졌다"고 했다. 자신의 위상을 지키려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비스는 오리온스와의 4강전에서 3연승을 거뒀다. 윌리엄스의 '팀워크를 중시하는 유연함'은 마이클의 '폭발적인 득점력'보다 빛났다. 윌리엄스는 "다음 시즌에도 한국에서 뛰고 싶다. 반드시 챔피언을 차지하겠다"고 했다.

▶신기성=지난달 30일 한국농구연맹(KBL)이 '프로농구 10년사'라는 책을 발간했다. 'KBL을 빛낸 30인'에 현역 가드 중 이상민(KCC), 김승현(오리온스), 주희정(KT&G)의 이름은 올랐으나 신기성의 이름은 없었다. 더구나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신기성은 한 개의 개인상을 받지 못한 것은 물론 베스트5에도 들지 못했다. 신기성은 "내 플레이에 항상 자부심을 느껴왔다. 농구를 아는 사람들(언론, 농구인)로부터 정당한 평가를 받았는지 고민된다. 챔피언이 된 뒤 허심탄회하게 말하겠다"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추일승 KTF 감독은 "LG와의 4강 2차전 마지막 승부처에서 기성이가 보여준 모습은 정말 훌륭했다. 큰 경기를 치러본 선수라 믿음이 간다"고 했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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