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번호이동 땐 공짜폰 … 기존 고객엔 수십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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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남짓 휴대전화를 써온 30대 주부 최모씨는 요즘 '공짜폰'이 많다는 얘기를 듣고 인터넷 쇼핑몰을 뒤졌다. 휴대전화를 전문적으로 파는 S쇼핑몰에 들어가 보니 정말 삼성전자의 신제품을 1원에 팔고 있었다. 그러나 1원에 사려면 이동통신회사를 바꾸거나 신규가입해야만 하는 것으로 돼 있었다. 이통사를 유지하면서 단말기를 바꿀 경우엔 21만원을 부담해야 한다는 설명에 최씨는 휴대전화 교체를 포기했다.

기능을 단순화한 실속형 휴대전화가 나오면서 거의 돈을 안 내고 장만할 수 있는 공짜폰이 나돌고 있다. 하지만 이런 공짜폰은 신규 가입 고객이나 이동통신회사를 바꾸는 번호이동 고객에게 만 해당되는 얘기다. 이통사들이 새 고객 확보에만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공짜폰 경쟁은 KTF가 3세대 휴대전화 서비스 가입자 확보를 위해 무선 인터넷 기능이 빠진 저가 단말기를 내놓자 SK텔레콤이 2세대 저가 단말기를 내놓으면서 촉발됐다.

이 과정에서 이통사들이 정보통신부에 신고한 보조금(고객이 단말기를 교체할 때 이통사가 지원해 주는 금액) 규정은 무시되고 있다. KTF와 SK텔레콤의 저가 단말기 출고 가격은 각각 30만원대 초반이다. 아무리 휴대전화를 오래 썼어도 월평균 사용액이 5만원을 넘지 못하면 보조금은 7만~15만원 수준이다. 그런데도 공짜폰이 나도는 것은 이통사나 단말기 제조업체가 판매대리점 등에 지급하는 판매장려금이 불법 보조금으로 쓰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통사들이 새 고객 확보에만 열을 올리다 보니 대리점과 판매점도 신규 고객 유치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며 "기존 고객은 상대적으로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짜폰이 늘면서 휴대전화를 싸게 장만할 수 있게 됐지만 계약서에 불필요한 부가 서비스를 오래 사용하도록 강제하는 등 각종 조건을 붙여 파는 경우도 많아 주의해야 한다.

이같이 단말기 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이를 감독하는 통신위원회는 조사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통신위 관계자는 "3세대 서비스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보조금 제도도 바뀔 예정이라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면서도 "시장이 지금보다 과열된다면 조사를 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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