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 조직인가,일당 조직인가(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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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학생 선거꾼들이 단순히 아르바이트식의 일당을 벌기위해 선거운동을 한 것이 아니라,당과 연계된 조직적 단체에 소속되었다는 사실이 점차 드러나면서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이들이 호기심에서,또는 군중심리에 휩쓸려 어쩌다 2만원의 일당을 받으려 유세장 운동원 노릇을 했을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은 짐작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어쩌다 불법선거운동을 한 것이 아니라 이미 지난해말부터 집권당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조직을 만들고,또 그 조직에서 이탈한 일부가 새조직을 만들어 치밀하게 계획하고 추진한 불법 선거운동이었다.
새 정치에 새 바람을 일으켜야할 젊은 대학생들이 당과 연계해서 불법과 타락선거에 솔선해서 중요한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크게 실망시킬 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에 악역을 맡겨 나라 장래를 병들게 하는 기성 정당의 작태가 우리의 분노를 터뜨리게 한다.
민자당이나 국민당은 「한맥청년회」나 「두잇 이벤트」에 대해 「정강 정책을 지지하는 대학생 모임」이라고 발뺌을 하고 있다. 사무실 경상비를 지급했지 일당을 준 적은 없다고 말하고 있다.
문제의 두 단체가 변명대로 건전한 의미의 정당활동을 위한 젊은이들의 단체라면 굳이 따질 필요도 없고 충격을 받을 까닭도 없다. 이미 구속된 「두잇 이벤트」소속 학생들은 2만원의 일당을 받았음을 시인했고 이들의 입을 통해 알려진 바로는 한맥회라는 민자당 외곽단체도 유사한 불법선거운동을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검찰측은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며 수사에 소극적이다. 같은 뿌리에서 생겨난 가지는 구속수사를 하면서 뿌리에 대한 혐의는 찾지 못하고 있다면 우선 법의 형평에 어긋날뿐 아니라 무언가 더 깊은 의혹이 있다는 의심만 증폭시킬 뿐이다.
우리가 반복해서 주장해왔듯 공명선거를 위해,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나 정당을 위해 자원봉사하는 젊은 세대의 젊은이다운 선거운동 참여는 더욱 고무되고 격려되어야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이런 젊은이들의 노력마저 도매금으로 더럽힐 타락한 젊은 선거꾼이 있다면,그것도 몇천명을 동원할 조직력을 갖추고 있다면 마땅히 비판의 초점이 되고 수사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민자당·국민당만이 아니라 민주당도 「연청」과 같은 전국적 조직의 청년단체를 두고 있다. 차제에 우리가 주시하는 바는 이들 유형 무형의 당과 연계된 청년조직이 등록된 정당원 또는 운동원으로 구성되어 있는지를 분명히 가려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이들 청년조직원이 선거운동에서 5천원이하의 법정수당만 받는지,더 큰 돈을 받는 일당에 팔린 조직인지를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보다 명확히 밝혀내야 할 것이다.
새 정치의 주역인 젊은이에게 기성세대의 악의 유산을 넘겨주지 않기 위해서도 당 주변의 청년단체와 그들의 선거참여 행태에 대한 포괄적이고 치밀한 조사가 신속히 착수되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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