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의 TV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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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크리스마스 ★★★★

SBS 밤 11시45분

감독:허진호 주연:한석규.심은하

허진호 감독의 데뷔작으로 새로운 감성의 멜로 영화가 탄생했다는 극찬을 받았다. 청룡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 등 6개 부문을 수상했고 칸.토론토 영화제 등에도 초청받았다. 불치병으로 시한부 인생을 사는 사진사 역의 한석규와 그를 사랑하는 주차단속원 역의 심은하, 두 연기자의 맑은 표정과 농익은 연기가 관객을 사로잡았다. 한석규가 홀로 살아가게 될 아버지에게 VTR 작동법을 설명하는 장면, 카페 유리창을 통해 심은하를 애절하게 바라보는 한석규의 눈빛, 한여름 아이스크림을 나눠먹으며 선한 웃음을 짓는 두 사람, 그가 병원에 실려간 줄도 모르고 사진관 앞을 서성이고 닫힌 문틈으로 억지로 편지를 우겨넣고, 그가 병원에 있는 줄도 모르고 무정하다며 사진관 유리창을 향해 돌을 던지는 심은하의 행동 등, 섬세하게 구성된 장면들 하나하나가 보는 이의 가슴을 아리게 한다. 신인 감독답지 않게 절제된 연출이 돋보인 영화다. 1997년작. 15세이상 시청가.

이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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