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DA 자금 인출 가능 여부 북한 "곧 확인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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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13일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에 예금돼 있는 우리 자금에 대한 동결을 해제한다는 발표를 유의한다"고 밝혔다.

외무성 대변인은 "우리의 해당 금융기관이 이번 발표의 실효성 여부에 대해 곧 확인할 것"이라며 "제재 해제가 현실로 증명되었을 때 우리도 행동할 것이다"고 했다. 북한이 10일 나온 미 재무부와 마카오 당국의 BDA 자금 해법에 대해 처음으로 입장을 밝힌 것이다.

◆ 6자회담 재개 청신호=현재 BDA에선 북한 돈을 찾기 위한 서류 심사가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곧 인출 여부가 판가름 날 거라는 것이다. 외무성 발표에 이어 조선신보도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BDA 문제의 해결이 사실 같으면 '2.13 합의' 이행에는 장애가 없어졌다고 말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 전문가들도 외무성 발표를 긍정적으로 해석한다. 동국대 김용현 교수는 "북한에서 '유의한다'는 동사는 긍정적으로 표현할 때 쓰곤 한다"며 "미 재무부의 해법에는 이의를 달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19일 발표된 BDA 해결 방안은 돈의 용도를 제한해 북한이 지정하는 계좌로 송금을 해주기로 돼 있다. 10일 나온 마지막 카드는 합법.불법을 따지지 않고 모두 풀어 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 재무부의 BDA 해법이 발표되고도 북한이 즉각적으로 반응을 보이지 않자 해결 방안에 불만을 품은 게 아니냐는 관측이 잇따랐다.

6자회담 한국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새로운 요구를 한 것 같진 않은데 일단 나쁜 뉴스는 아니다"고 말했다. 천 본부장은 "은행 영업 시간이 내일까지니까 좀 더 기다려 보자"며 신중히 반응했다.

마카오 중심부 BDA 금융서비스센터는 토요일(14일) 오전까지 개장한다. 북한 측이 돈을 찾아 중국은행 등을 통해 해외의 북한 계좌로 입금하면 BDA 상황은 종료된다.

14일 BDA 문제가 정리되면 다음주 중 후속 6자회담이 소집돼 지난달 22일 입을 다문 채 회담장을 뜬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이 다시 협상 테이블에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 힐 차관보, 베이징으로=힐 차관보는 후속 북.미 간 대화를 준비하기 위해 13일 베이징으로 떠났다. 그는 공항에서 "우리는 (2.13 합의에서 규정한 대로) 미국이 맡고 있는 역할을 이행하길 원하지만 북한이 자신들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우리로서도 어쩔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BDA 문제가 원하는 선까지 해결됐다고 확인하면 베이징의 힐 차관보에게 신호를 보낼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에서 이날 강연한 리처드 아미티지 전 미 국무부 부장관처럼 "북한이 이행을 늦추면 협상 여지가 갈수록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하는 강경파의 목소리를 북측도 무시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북한 핵 문제 해결의 초기 단계에서 벌어진 BDA 사태는 북핵 타결의 궁극적 지향점인 핵무기 폐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셀 수 없이 많다는 것을 다시 한번 입증한 셈이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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