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거부」살해범 검거/전 대지개발사장 이정식씨 피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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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돈안빌려줘 격분”50대 자백
84년 제주도 서귀포 일대 땅을 대거 매입하는 과정에서 13억원을 탈세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던 전 대지종합기술 개발사장 이정식씨(63)가 15일 오전 3시30분쯤 서울 도화동 347 자신의 집 안방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경찰은 평소 이씨와 친분이 있었던 문광옥씨(53·회사원·경기도 수원시 영화동)가 전날밤 돈을 빌리러 이씨를 찾아갔다 시비끝에 목졸라 숨지게 한 사실을 자백받고 16일 문씨에 대해 상해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조사 결과 문씨는 14일 오후 11시30분쯤 이씨를 찾아가 전세금 1천5백만원을 빌려줄 것을 부탁했으나 거절당하고 따귀를 맞게되자 이에 격분,다투는 과정에서 이씨의 목을 졸라 숨지게 했다는 것이다.
문씨는 경찰에서 『이씨가 나와 부인 오모씨의 관계를 의심하며 욕설과 함께 따귀를 때리고 손가락을 깨무는데 흥분,석고스탠드로 이씨의 얼굴을 때린뒤 목졸라 축 늘어지자 기절한 것으로 생각,이불로 덮어두고 그대로 밖으로 나왔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씨의 부인 오모씨(37·서울 목동)가 다툴 당시 함께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오씨의 범행 관련여부를 집중 수사하고 있다. 오씨는 이씨의 비서로 있다 지난 82년 부인과 사별한 이씨와 재혼,현재 성격차이로 별거중이나 1주일에 1,2차례씩 만나 함께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날 오씨가 이씨와 함께 있다 문씨가 찾아와 말다툼을 벌이며 이씨가 『집에 가라』며 화를 내자 먼저 나와 15일 오전 1시쯤 자신의 목동 아파트에 도착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 아파트 경비원은 오전 2시쯤 콩코드 승용차를 타고 도착했다고 진술함에 따라 1시간동안의 행적을 캐고있다. 숨진 이씨는 5공초기 평통부의장·국보위 경제분과위원 등을 지낸 부동산 재력가로 84년 서귀포시 도시개발과 관련,이 일대 임야 10만여평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13억원을 탈세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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