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 유세 『이게 뭡니까』(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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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형:무슨 정당연설회가 이러냐. 쇼지.
동생:보기 좋은데요. 사람들이 모두 좋아하지 않습니까.
형:유세장에는 진지한 맛이 있어야지. 나라의 운명을 논하는 중대한 자리인데….
동생:민주니 독재니 하며 쓸데없이 떠드는 것보다 훨씬 나은데요. 선거운동이 재미없으니까 정치에 대한 무관심도 생겨나는 것 아니겠어요.
10일 오전 11시 서울 풍납동 중앙병원앞 공터에서 열린 국민당 송파갑 정당연설회장.
인근 아파트에서 함께 식품점을 경영한다는 이재승(36)·재문(31)씨 형제는 한참동안 입씨름을 벌이고 있었다.
형제의 토론이 계속되는 동안 연사로 나온 코미디언 이주일씨가 짤막한 인사말을 한뒤 코믹한 몸짓으로 연단을 내려가자 청중들은 일제히 폭소를 터뜨렸다.
오색풍선이 날고 대형 스피커에서 팝음악이 흘러나오면서 두번째 연사로 김동길 전연세대교수가 등단했다.
『현재 민자당의 정치는 0점입니다. 이게 뭡니까.』
『10년,20년전에 대통령 되겠다고 나왔던 3김이 지금 또 나오고 있습니다. 도대체 이건 뭡니까.』
김씨가 연거푸 유행어인 『이게 뭡니까』를 외치자 장내에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후보들이 연단에서 열변을 토하고 있는데 정작 유권자들은 졸려 하품만 하고있는 것이 지금까지의 유세장 풍경 아니겠습니까. 이래가지곤 국민들이 외면합니다. 우리 당은 연예인·저명인사 등을 활용해 재미있는 정치,신명나는 유세를 펼칠 생각입니다.』
국민당의 한 간부는 『이러한 유세방식이 유권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대회장에 나와 있던 한 선관위 직원은 『인기인을 동원하는 것은 유권자들의 정치 무관심을 깬다는 면에서 긍정적이지만 지금같이 정책대안이 빈약한 상태에서 재미만 제공한다면 「인기영합성 정치꾼」을 양산케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었다.<이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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