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스여왕 '장사꾼'인가 '영웅'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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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국내 불법복제 게임CD의 70%를 공급했던 큰 손 '플스여왕'의 검거 소식에 12일 네티즌은 '옹호'와 '처벌'로 양분됐다. 당초 플스여왕 검거를 두고 단순한 찬반 논쟁을 벌이던 네티즌은 오후 들어 불법 복제를 조장하는 구조적 문제를 놓고 논쟁을 벌이는 중이다. 불법 복제 논쟁 2라운드에는 일반 소비자는 물론 업계 관계자와 프로그램 개발자들까지 가세하고 있다.

◇"복제품은 서민CD"=이날 플스여왕 검거 소식을 알린 관련 기사에는 '어쩔 수 없이 복제품을 쓰게 되는 게 현실'이라고 주장하는 소비자들의 댓글이 적잖았다. 한 네티즌(ID free_money)은 "여러 정품CD를 고가에 사서 써봤지만, 일부 소프트웨어 중에는 개발 단가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싼 제품도 있었다"며 "(불법복제를 택하게 되는 게)서민들에겐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또다른 네티즌(ID khd007)은 "솔직히 정품이 너무 비싸서 사서 쓰기에 부담되는 건 사실"이라며 "게임 업체들이 정품CD 가격을 책정할 때 (구매 가능한 범위에서)옵션을 달아서 파는 것이….(대안이 될 것)"라고 썼다. 불법 복제CD를 "서민CD"로 칭하는 네티즌(ID meserver)도 있었다. 그는 불법 복제를 비판한 게임 업계 관계자들을 향해 "당신들은 수많은 개발툴과 프로그래밍툴들 전부 다 정품 소프트웨어를 사다 배웠느냐"고 반박했다.

◇"비열한 장사꾼"=그러나 '불법복제는 마땅히 처벌받아야 하는 범죄'라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정가 100억원 상당의 불법 복제품을 만들어 팔고, 5억원이나 되는 마진을 남긴 것은 엄연한 범죄"라며 "사익을 위해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옹호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강조(ID kurng)하는 식이다. "(불법복제자를 옹호한다면)중국에서 벌어지는 한국 제품 불법복제도 욕할 수 없다"며 "일반 범죄자는 욕하면서 불법 복제엔 관대한 현실이 우습다"고 쓴 이(ID epikh2)도 있었다. "개인적 불법 복제와 기업형 대량 복제로 영리를 취한 것은 다르다"며 "플스여왕은 비열한 장사꾼일 뿐"이라고 성토하기도 했다(ID mu2070). 게임업계 종사자들도 목소리를 냈다. 게임 업체에서 일하고 있다고 주장한 네티즌(ID soulcreator)은 "국산 게임이 왜 그 꼴이 되었겠느냐"며 "잘 만들어도 복사하고 못 만들어도 복사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자신을 프로그램 개발자라고 밝힌 네티즌(ID branew)은 "개발 과정에는 단순 비용 말고도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며 "가격이 비싸 불법복제를 일삼는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받아쳤다.

박연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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