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위에 오른 「3당통합」(총선 초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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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안정 가져다준 구국적 결단이다 민자/국정혼란·경제파탄 부른 “쿠데타” 민주
『3당통합은 정국혼란과 사회불안을 불식시켰다』(민자 김영삼 대표) 『3당합당이후 정치·경제가 오늘처럼 악화됐다』(민주 김대중 대표).
8일 20년만에 부활된 첫 정당연설회에서 여야는 민자당의 3당합당을 도마위에 올려놓고 열띤 공방전을 벌여 쟁점없는 선거로 특징지워지는 이번 총선에서 「3당합당」이 그나마 반찬거리가 돼주고 있다.
3당통합을 두고 한쪽에서 안정의 담보가 됐다고 선전하면 다른 한쪽에선 안정을 해친 주범이라고 공격을 펼친다.
심지어 『3당통합이 없었다면 헌정중단을 맞았을 것』(김 민자대표),『3당통합 그 자체가 국민의사에 반하는 쿠데타』(이기택 민주대표) 등 극언을 주고 받으며 『국민심판을 받겠다』『국민심판을 내리자』고 서로 자신만만한 태도여서 이제 유권자들의 심판이 불가피해졌다.
3당합당을 놓고 입씨름을 벌이다 보니 합당이전의 4당체제에 의한 여소야대도 자연히 끌려나와 여야공방의 재료가 되고 있다.
민자당측은 여소야대가 망국적 지역감정의 소산으로 정치불안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고 그로 인해 국민들은 엄청난 대가를 지불해야 했다고 주장,자신들의 합당조치를 『구국적 결단』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에 반해 민주당측은 여소야대의 2년간은 그런대로 국정이 잘 풀려나갔으나 거여의 탄생이후 민주주의 후퇴·국정혼란·경제파탄이 계속됐다고 엇갈린 해석을 하면서 3당합당은 『정치적 배신행위』라고 비난하고 있다.
이 민주대표는 『3당통합은 영구집권을 꿈꾸는 노태우 대통령과 대권병환자 김영삼씨,여당밖에 할줄 모르는 김종필씨의 합작품』『통합뒤 거여는 소모적인 대권후보갈등과 구시대적 날치기통과·살인적인 물가폭등·민생파탄을 초래했다』는 등 맹폭격을 가했다.
이에 반해 김 민자대표는 이날 점촌역등 경북지역 유세에서 『또다시 화염병과 최루탄이 난무하지 않고 정치·사회의 안정속에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선 야당측이 주장하는 여소야대의 재출현을 막아야하며 집권여당인 민자당에 절대 안정의석을 몰아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민주대표는 부천시민운동장 유세에서 『수레의 두바퀴가 비슷해야 안전하게 굴러갈수 있다. 한쪽 바퀴가 반대쪽보다 3배나 큰 지금의 국회현실은 격돌과 날치기와 극한대립만이 존재한다』면서 진정한 정국안정과 민주발전을 위해선 균형이 필요하다고 견제세력 육성을 호소했다.
그러나 쌍방의 논리에 대한 청중들의 반응은 의외로 냉담한 편이었다.
민주와 반민주가 쟁점이었던 12,13대총선의 경우 집회마다 엄청난 군중이 운집,박수와 환호로 연사들의 유세에 화답했으나 야당측의 독설에도 불구,예전같은 열띤 모습은 찾아볼수 없었다.
냉랭한 분위기는 각 집회의 청중수에서부터 나타났다. 당초 민자당측은 점촌역 광장에 2만명의 청중을 끌어모으겠다고 했고 민주당측은 부천시민운동장에 8만명이상 모일 것이라고 장담했으나 점촌 3천명,부천 1만여명 등 목표나 기대치의 20%에도 못미쳤다. 그나마 대부분은 동원시킨 청중으로 알려져 유권자들의 관심도를 잘 반영해주고 있다.
행사전부터 구호와 합창·피킷 물결로 열기가 고조되어 가고 후보들의 입장과 함께 절정으로 치달아 시종 열광적인 흥분이 계속됐던 과거의 집회와 비교해 볼때 이날 여야의 정당연설회는 주최측을 크게 실망시켰다.
예전의 똑같은 인사들이 등장했는데도 연호목청은 그때에 비해 크게 작아졌고 연설 중간중간 터져나오던 박수와 함성도 줄어들었다.
전반적으로 착 가라앉은 분위기속에 연사와 청중이 겉돌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었다.
이에 대해 주최측은 식전 유흥행사를 금지시키고 피킷·어깨띠를 못하게 하는등 선거법이 엄격해졌고 선관위의 단속도 강화되는 등으로 선거분위기를 너무 위축시키고 있기 때문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실제 이날 각지역 선관위는 단속반원을 대거 투입해 기호가 적힌 팸플릿을 수거하고 현수막 숫자를 조정하는등 탈법요소에 대한 감시·단속활동으로 곳곳에서 승강이를 벌여 주최측이 행사진행을 변경하는 사태를 빚기도 했다.
그러나 선거관계자들은 정당연설회의 열기가 떨어지는 것은 유권자들의 정치불신감,기존 정치판에 대한 혐오를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아울러 예전의 열기가 오히려 일종의 흥분상태에 의한 비정상 상태이며 현재와 같은 차분한 분위기가 지극히 정상의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각 정당관계자들은 첫 집회에 따른 홍보·준비부족도 한 요인으로 꼽으면서 앞으로 각당·정파가 지지기반으로 삼고 있는 특정지역에서 개최하면 양상은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특히 YS의 부산·경남,DJ의 호남,JP의 충청유세가 관심을 끌고 있다.<허남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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