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정치인 지지는 안 된다"|일부 종교지도자에 교계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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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최근 한 설교를 통해「장로 대통령」운운으로 이른바「개신교 입국론」을 주장했던 조용기 목사(여의도 순복음 교회 당 회장)의 발언을 놓고 교계 내에서 비난의 여론이 크게 일고 있다.
또 한 법회에서 여권의 예비 대통령후보를「한국의 민주주의를 소생시킨 지도자」로 치켜세우며 지지발언을 했던 서의현 스님 등 불교지도자들도 종단내외에서 거센 비난과 규탄의 표적이 되고 있다.
이들 종교지도자의 발언에 대한 비난 여론은 이들이 다 종교 공존사회에서는 금기로 해야할 배타적인「종교이기주의」를 사적인 감정 그대로 노출하는 등 절제를 결여했다는 점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으나 한편으로는 자기 종단 혹은 개인에 얽힌 숙원해결과 이권확보를 위한「대여미끼용」이라는 해석도 섞여있다.
조 목사의 발언에 대해서는 그가 부흥사계열의 대목회자이기 때문인지 교계의 일부 진보적 인사들이 비난의 전열에 나서고 있는데 아직 성명서 등을 통한 공개적 비판에까지는 이르지 못한 채 여론이 내연하고있다는 인상이다.
개신교계 신문의 한 논설은 그의 발언에 대해『조 목사가 기독교인 대통령도 아닌「장로대통령」이란 구체적 표현을 사용하면서 여권 예비 대통령후보에 대한 지원을 호소한 것은 기독교인들의 소박한 신앙심을 자극해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노골적으로 전파하려는 개탄스러운 행위』라고 비난했다.
논설은 또『단지 같은 신앙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또는 그가 어떤 직분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그에 대한 정치적 지지를 표명한다면 이는 단지 같은 고향, 같은 성씨, 같은 학연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특정인에 대한 호부호를 결정하는 천박한 행태와 하등 다를 것이 없지 않은가』고 반문했다.
조 목사의 발언에 대한 교계반응의 기조는『어쨌든 공인인 종교지도자가 공적인 자리에서 할 얘기는 아니었으며 민감한 선거 정국 하에서 그처럼 세간의 오해를 자초하는 자 종교 우월주의 발언이 나온 것은 심히 유감』이라는 것이다.
개신교 쪽과는 달리 불교계에서는 서의현 스님(조계종 총무원장)의 제주발언이 매우 강도 높은 공개비판의 대상으로 떠올라있다.
교계지인 월간『대중불교』의 전국 기자단 22명은 이 달 초 연명으로 성명을 발표 ▲종단간부들은 종단이름과 1천만 불자들의 이름을 팔아 선거에 개입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 ▲모든 불자들은 중간간부들의 이 같은 행위에 현혹되지 말고 국민으로서의 올바른 자세를 견지할 것 ▲모든 불자들은 차기대권을 노리는 정치인들의 가식적인 종교성 발언에 현혹되지 말 것 ▲승려 및 제신행 단체는 이러한 비 불법적 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적극 저지할 것 등을 강력히 촉구했다.
민족자주·통일불교운동협의회(통불협)도 비슷한 시기에 낸 성명을 통해『종단분규로 국민의 따가운 질책을 받게 했던 현 종단 상층부가 교계 최고의 어른인 종정스님에게도 바치지 않은 온갖 찬사 등을 특정 정치인을 위해 남발함으로써 뜻 있는 국민들의 웃음거리가 됐다』고 지적하고『종단상층부는 현재의 친정부적 매불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최소한의 정치적 중립을 지키라』고 요구했다.

<정교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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