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정신 살아있다/「소녀폭행」 쫓던 30대 범인 차에 치여 숨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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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달아나던 4명 경찰에 붙잡혀
10대 소녀들을 납치,성폭행한 범인을 잡으려던 30대 시민이 납치범들이 몬 차에 치여 숨지고 말았다.
7일 오전 3시쯤 서울 창신2동 542 상록수레스토랑 앞길에서 이 가게 주인 서태오씨(32·서울 면목4동 1339)가 10대 소녀 2명을 강제로 납치,성폭행한 송재익씨(25)등 4명을 붙잡기 위해 달아나던 범인들의 차를 앞에서 가로막았다가 범인들이 그대로 몰아 달리는 바람에 차에 깔려 그자리에서 숨졌다.
함께 있던 서씨의 친구 이원필씨(36)에 따르면 서씨 가게에서 얘기를 나누던중 손님 임모양(16)이 다가와 『인신매매범이 저기 있다』고 말하자 이를 눈치챈 범인들이 밖으로 나가 봉고차로 달아나려 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서씨와 종업원등 2명이 급히 가게밖으로 나가보니 범인들이 차의 시동을 걸고 있었으며 서씨가 이들을 잡으려 두팔을 펼치고 차를 가로막자 범인들이 그대로 차를 몰아 변을 당했다는 것이다.
송씨등 범인들은 서씨를 친뒤 차를 몰고 계속 달아나다 서울 세종로2가 광화문파출소앞 난간을 들이받는 바람에 출동한 경찰에 모두 붙잡혔다.
숨진 서씨는 부인 김혜숙씨(27)와 4년전 결혼,아들(3)을 두고있으며 1년전부터 이 레스토랑을 경영해왔다.
서씨는 부산출신으로 79년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나온뒤 출판사에서 지난해 초까지 근무해왔었다.<고대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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