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야간고 존폐 위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인문계 야간고등학교 지원자가 해마다 줄고 있는데다 입학생 수도 정원에 크게 못 미쳐 학생 수용률이 28%에 불과한 학교가 있는가 하면 올 들어 8개학교가 운영난으로 무더기 폐교를 결정하는 등 존폐위기를 맞고있다.
6일 서울시 교육청에 따르면 금년도 후기 인문야간고 입학생은 지난해 6천6백68명보다 42.5%줄어든 4천6백77명에 그치고 있다. 이는 전체모집정원(5천6백50명)보다 17.2%가 모자라는 숫자다.
특히 남학생의 경우 3건4백50명 정원에 2천4백70명이 입학, 수용률은 71·8%에 그쳤으며 정원미달학교도 10개교 중 6개 학교로 밝혀져 남자 인문 야간고의 운영난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원 미달학교 중 한성고가 3백명 정원에 83명이 입학해 수용률이 27·7%로 가장 낮았으며 ▲성남고 1백50명 정원에 44명(29%) ▲경신고 4백 명 정원에 1백20명(30%) ▲충암고 6백 명 정원에 3백56명(59.3%) ▲명지고 2백50명 정원에 1백76명(70.4%) ▲환일고 3백50명 정원에 3백50명(85%)의 순이었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들어 중학교 졸업 학생 수가 줄어들고 있고 학교증설로 주간 인문고 수용률이 높아진데다 선발고사에서 낙방할 경우 재수를 하거나 수도권 고교에 일단 입학했다가 재학 중 서울로 다시 전학 가는 방법을 택하는 학생이 늘어나는 등 학생들의 야간고 기피현상이 두드러지기 때문인 것으로 교육관계자들은 분석하고있다.
이처럼 입학생수가 줄어들자 아예 야간고를 없애거나 학급을 감축하는 학교가 늘어나고 있다.
대원·숭실·마포·상명여·숭의여고 등 8개 학교가 올해부터 신입생을 뽑지 않았고 현재 야간고를 운영하고 있는 성남고는 5개 학급에서 1개 학급으로, 경신고는 8개 학급에서 3개 학급으로 학급 수를 줄였다. 이에 따라 87년 29개 학교 2백41학급이었던 야간고는 5년만에 17개 학교 99개 학급으로 줄어들었다. 이와 함께 성남고·광성고 등도 내년부터 야간고를 폐쇄키로 계획하고 있어 앞으로 문을 닫는 야간고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성남고 이창근 교장은『야간에 수업을 하다 보니 수업진행은 물론 생활지도에도 어려움이 많고 무엇보다 학생이 자꾸 졸고 있어 내년에는 야간고를 없앨 방침』이라고 밝혔다.
교육관계자들은 『당초 야간고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낮에는 일하고 밤에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교육기회를 주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으나 80년 후반부터는 경제력 향상 등으로 고입선발고사에서 낙방한 학생들이 몰리고 있는 실정』이라며 『인문계 야간고를 실업계 학교로 흡수하거나 직업학교로 전환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재헌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