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소평 「좌파숙청」 추진/개혁촉구연설 방해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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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가을 14기 전대회 개최때 실행될듯
【홍콩=연합】 중국 최고지도자 덩샤오핑(등소평)이 남부지방을 순시하면서 개혁과 개방의 심화 확대를 촉구한 이른바 「남순강화」가 당의 공식 문서로 각계 각층에 하달되는 과정에서 당내 보수세력에 의해 방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등소평은 개혁노선에 반대하는 좌파 지도자들을 숙청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홍콩의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지가 5일 보도했다.
포스트지는 북경 소식통을 인용,특히 89년 천안문사태이후 마오쩌둥(모택동 주의의 부활을 시도해온 관리들과 당 간부들이 당기율검사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지난 3월부터 북경의 당간부들과 지식인들사이에서 당인사담당 정치국원 쑹핑(송평)과 당중앙선전부장 왕런즈(왕인지),국무원 문화부장 허징즈(하경지) 및 당기관지 인민일보 사장 가오디(고적)등 좌파 선전·보도관계 당간부 및 관리들이 해임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게 나돌고 있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이밖에도 국무원 국가교육위원회 부주임 허둥창(하동창)과 전당선전부장 덩리췬(등력군)과 같은 다른 좌파 지도자들도 밀려나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등소평의 이같은 숙청은 그의 남부지방 순찰이후 전개된 이른바 2단계 개혁·개방 추진을 위한 「반좌투쟁」의 절정을 이루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경소식통들은 이같은 숙청은 지난 76년 「4인방」이 몰락한후 장칭(강청)과 그 극좌파 추종자들에게 가해졌던 숙청에 필적할만한 사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그러나 정치적 안정의 유지를 위해 숙청 대상자들이 4인방이 받았던 것과 같은 형사적 처분은 당하지 않고 단순히 파면되거나 징계를 당하는 선에서 그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식통들은 또 숙청의 시기와 범위는 등소평 자신에게 달려 있지만 그 시기는 새로운 당지도부 구성원들이 발탁될 당 제14기 전국대표대회(14전대회)가 열릴 무렵이 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등소평은 지난 1월 심천등 남부지방을 순시하면서 『개혁에 반대하는 사람은 누구를 막론하고 물러나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한편 모닝 포스트지와 명보등은 등소평의 「남순강화」에 대한 학습과 연구열풍이 전국에서 전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강화가 약7천자에 달하는 당의 「92년 2호 문건」으로 작성되는 과정에서 강경보수파에 의해 모택동사상의 비판,후차오무(호교목)·등력군·고적 등 좌파 이론가에 대한 비난 등의 중요한 대목들이 삭제되었는가 하면 전인대와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및 국무원 등의 중요 국가기관에서는 이 문서가 하급조직에까지 전달되지 않았다고 밝혀 등소평의 개혁노선에 대한 보수파의 저항과 도전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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