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해야할 무기거래의 확산(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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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독립국연간 군사협력을 주목한다.
냉전구조가 끝나면서 가졌던 인류의 보편적인 희망­무기를 대량 감축할 수 있는 사상 처음 갖는 호기라는 희망은 한가닥 꿈으로 끝날 것 같다. 강대국 사이에 평화와 협조의 분위기는 이루어지고 있지만 가장 나쁜 상거래인 대량 파괴무기 거래는 줄어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거래가 바로 코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을 우리는 보고 있다. 옛 소련의 독립국연합(CIS)군 대표단이 평양을 찾아가 현금을 받는 조건으로 무기를 파는등 북한과의 군사협력 문서에 서명했다는 소식이다.
이 군사대표단은 그에 앞서 중국에 들러 수호이 전투기 24대를 팔기로 합의했다. 러시아연방 정부가 무기의 해외판매 권한을 군부에 위임한데 따른 무기 판촉여행의 성과다. 이들은 한국과도 비슷한 협정을 체결할 수 있다는 의향을 밝히고 있다.
결국 북한을 비롯한 여러나라에 대한 옛 소련군부의 무기공급과 군사협력의 길은 계속 열려 있다는 것을 우리는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따른 우리의 1차적 관심이 북한의 군사력 강화에 대한 우려에 있음은 물론이다. 남북합의서가 발효된 뒤에도 핵사찰문제에서 어물거리는등 의혹만 가중시키고 있는 북한의 불가측성 때문이다.
그러나 냉전시대와 같은 무기거래의 양상은 비단 한반도의 안정과 관련해서만 우려되는 것이 아니다. 무기의 계속되는 확산으로 모처럼 이상적인 방향의 국제질서 개편기회가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따라서 러시아를 비롯한 옛 소연방 구성국가들이 화해분위기에 따라 쓸모없어진 막대한 양의 무기를 어떻게 처분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그동안 많은 관심을 끌어왔었다. 지구적 규모의 위협은 줄어들었지만 지역패권주의나 민족분쟁의 위협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지역에 잉여무기의 유입이 없게 되기를 우리는 기대했었다.
탈냉전시대 이후 강대국들이 제공한 무기로 빚어진 지역분쟁의 참화는 이미 걸프전에서 경험한 바 있다. 유고슬라비아의 민족분쟁,옛 소련의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의 유혈분쟁 등은 계속 그칠줄 모르고 있다.
지난 1년동안 세계적으로 무기 구매에 사용된 경비만해도 2천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기거래를 국제적으로 규제하자는 움직임은 계속되어 왔지만 오히려 증가추세를 보여왔다.
아직 유동적이고 과도기적인 상황에서 이러한 추세는 많은 위험을 안고 있다. 새로운 전쟁의 위험은 물론 새로운 질서의 형성을 위태롭게 할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무기에 대한 걱정이 우리 곁을 떠난 적이 없고 억제하자는 노력이 끊이지 않았으나 진지한 호응을 받은 적이 없었다. 무기 수출국들의 정치적 의지가 적었던 탓이다. 그러한 의지가 형성될 때라야 진정한 평화를 이룰 수 있다고 우리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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